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당대표 간 수박 논쟁이 벌어졌다. 이 지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박들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취지로 글을 쓴 것이 발단이 됐다. 이 전 대표 측은 ‘수박’이라는 표현은 일베들과 일부 수구세력이 호남인을 모독하면서 쓰는 비하 발언이라고 공격했다. 논란이 되자 이 지사는 “겉과 속이 다르다고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인데 그렇게까지 해석해가며 공격할 필요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수박은 한국전쟁 전후 일부 언론에서 ‘숨어있는 공산주의자’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 것이 기원이라고 한다. 겉은 초록색이지만 속은 빨간 공산주의자라는 뜻이다. 수박이 무등산의 주요 생산품이라는 점에서 ‘홍어’와 함께 호남 비하 발언으로 일베 등이 사용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색이 붉은색, 민주당 당색이 파란색이라는 점에서 일부 커뮤니티에서 수박은 일부 강성 친문재인 지지자들이 ‘변절자’의 뜻으로 사용하는 용어다. 겉으로는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실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인사들을 빗댄 표현이다. 이들은 당론과 달리 행동하는 일부 의원들을 향해 문자 폭탄을 보낼 때도 종종 ‘수박 의원’이라고 조롱한다.
민주당이 6·1 지방선거에서 대패하고, 이재명 책임론이 부상하면서 최근 다시 수박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선거 직후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이라며 대놓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재명 지지층을 중심으로 ‘수박이다’ ‘수박 인증’ 비판 댓글이 쏟아졌다. 깨진 수박 사진까지도 올라왔다. 이에 이 의원은 “필요하다면 민주당에서 최소한의 발언이라고 할 수 있는 수박이 되겠다”고 받아쳤다. 이번 수박 논쟁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차기 당권을 놓고 ‘친명(친이재명)’과 ‘반명’ 간 본격적인 힘겨루기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 결과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혁신은커녕 수박 논쟁이나 벌이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국민은 과연 관심이나 가질까.
오종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