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화된 조직에 생기는 암… 가슴 종격동에 이상 있으면 의심

입력 2022-06-06 22:12
40세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고
60대에서 유병률이 가장 높아
폐암 검진 보편화로 발견 늘어
수술로 흉선 완전 절제가 최선

송재원 국립암센터 흉부외과 전문의가 흉선종 환자에게 수술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중장비업에 종사하는 A씨(55)는 평소 건강했고 복용하는 약도 없었다. 가끔 가슴이 답답한 느낌을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러다 올초 수년만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양쪽 폐 사이 공간인 전종격동에 지름 7.5㎝의 덩어리가 발견됐다. 정밀검사 결과 흉부에 생기는 드문 암인 ‘흉선종’으로 진단됐다. 이것이 심장과 대혈관 일부를 누르고 있었다. 평소의 가슴 답답함이나 어지럼증도 이 때문으로 추정됐다.

의사는 “1~2㎝의 작은 흉선종은 흉부X선 영상으로 보이지 않지만 그 보다 큰 것은 건강검진만 제대로 받았으면 보다 일찍 발견했을 것”이라고 했다. 매우 불안해했던 A씨는 흉선을 전부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3개월이 지난 현재는 업무에 복귀해 안정을 찾은 상태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흉선은 앞가슴 한 가운데 있는 흉골 바로 뒤에서 대동맥과 대정맥을 감싸고 있는 나비 모양의 기관이다.


흉선은 원래 면역세포 생성 등의 기능을 하며 출생 후 사춘기까지 30~40g정도로 커지다가 성인이 되면서 점점 줄어 지방 조직으로 대체되고 기능도 약화된다. 결국 쓸모없는 조직으로 퇴화하지만 드물게 암이 발생한다. 여기 생기는 암은 천천히 자라고 양호한 경과를 보이는 흉선종과 예후가 좋지 않은 흉선암으로 나뉜다.

국립암센터 흉부외과 송재원 전문의는 6일 “흉선종과 흉선암은 같은 스펙트럼의 암종으로 통칭해 ‘흉부상피종양’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두 종양의 성질이나 모양, 위험도, 생존율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하는 게 세계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둘 다 악성 종양이지만 흉선종은 흉선암 보다 정상세포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흉선종이나 흉선암은 흉선 조직이 발달하는 소아 청소년기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밝혀져 있지 않다. 40세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며 60대에서 유병률이 가장 높다. 두 암을 일으키는 유전적, 환경적, 생활습관 요인은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가슴 상부에 방사선 노출과 관련있다는 몇몇 보고가 있으나 의료기관 등의 직업적 노출자에 한정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흉선상피종양은 인구 10만명당 연간 1명 이내로 발생하는 희귀암(10만명 당 6명 미만 발생 기준)이지만 최근 국립암센터와 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이 1999~2017년 흉선상피종양 환자 5812명을 분석해 국제흉부학회지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흉선종과 흉선암 발생이 연평균 6.1%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흉선종이 매년 5.6%, 흉선암이 7.0%씩 늘었다.


연구를 진행한 삼성서울병원 신동욱 교수는 논문에서 “근래 폐암 검진이 보편화되면서 무증상 흉선종의 발견이 늘고 있고 흉선암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방사선 노출 등으로 인해 실제 흉선상피종양 발생이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국립암센터 송 전문의는 “흉선종이나 흉선암 발생률 자체가 늘었다기 보다는 건강검진이나 폐암검진 시 시행되는 흉부X선 혹은 저선량 흉부CT 검사에서 우연찮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진단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저선량 흉부CT의 경우 일반 흉부X선이 잡지 못하는 작은 크기의 흉선종이나 흉선암도 잡아낼 수 있다.

흉선종에 비해 예후가 나쁜 흉선암은 5년 생존율이 30~50%로 낮은 편이다. 주변 림프절 침범이 광범위하고 원격 전이도 더 흔하다. 이번 연구에서도 흉선암의 5년 생존율은 평균 46.2%로 흉선종(82.3%)보다 훨씬 낮게 나왔다. 1999~2002년 39.4%였던 생존율은 2013~2017년 47.9%로 다소 상승했으나 여전히 절반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반면 흉선종의 생존율은 같은 기간 64.3%에서 90.6%로 상당히 높아졌다.

흉선암의 주요 증상은 기침과 가슴 통증, 상대동맥증후군(종양에 대동맥이 눌려 생김, 얼굴·팔이 붓고 얼굴이 벌겋게 됨)이며 체중 감소, 피로, 발열, 신경성 식욕부진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다만 중증 근무력증(눈꺼풀 처짐, 식곤증 등) 같은 흉선종 증상은 드물다.

하지만 일반 흉부X선 영상에서 종격동(양쪽 폐 사이)에 이상이 발견되면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서둘러 진단을 시작해야 하며 흉부CT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흉선종과 흉선암 치료는 수술로 흉선을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 최선이다. 수술은 종양을 포함한 흉선 전체와 주변 지방조직까지 전부 제거한다. 흉선 안에 혹시 암의 씨앗이 남아있을 수 있어서다. 흉선의 기능은 퇴화했기 때문에 없어도 큰 문제는 없다.

수술은 가슴 한 가운데를 세로로 절개하는 방법이 표준이지만 요즘은 환자 10명 가운데 8명이 비디오 흉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최소 흉선절제술을 시도한다. 가슴 절개 수술에 비해 통증이 적고 상처가 적으며 회복이 빠른 게 장점이다.

송 전문의는 “흉선종은 상대적으로 치명률이 낮고 진행이 느리지만 암의 특성 또한 분명해 진행되는 경우 가슴 내 공간으로 전이가 일어나는 경우가 잦다. 흉선암도 진행(3·4기) 상태로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20% 안팎에 불과하다”면서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