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어떤 사람이 “자유로운 영혼을 사랑하시는군요”와 같은 말을 이따금 들었다면 그 사람에게는 어떤 경우의 수가 있다. 1. 연애 상대의 경계심이 허물어지는 순간을 고대할 수 있다. 2. 한 분야에 대해 유난히 고집이 세고 보수적인 상대의 모습에 반할 수 있다. 3. 사람은 싫어하지만 개와 파충류를 사랑하는 모습에 감동할 수 있다. 4. 편식을 해도 죄책감이 별로 들지 않을 수 있다. 5. 흥청망청 놀 수 있다. 6. 경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7. 옷을 엉망으로 입고 밖을 활보할 수 있다. 8. 매일 뒷담화를 할 수 있다.
그에 더해 9. 낮술에 흥분해 무언가 설파하는 상대가 고역일 수 있다. 10. 상대가 자신의 부모님에게 사위나 며느리 노릇 같은 걸 조금이라도 해주길 원할 수 있다. 11. 깎지 않은 손톱과 감지 않은 머리카락이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 있다. 12. 모든 농담과 냉소가 지겨울 수 있다. 13. 상대의 수많은 험담이 자신을 향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14. 각성제나 안정제를 과다복용하는 것이 걱정될 수 있다. 15. 길가에 떨어진 담배는 새것이라도 되도록 주워 피우지 않기를 바랄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사람은 만나지 마세요”라고 조언하며 인간 말종을 감별하고 있다. 그들이 주의시키는 대상은 마치 ‘자유로운 영혼’과 같은 단어처럼 어딘가 특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악마’나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및 ‘사이코패스’와 같은 단어가 그를 대체하는데, 전문가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그들의 치명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다음으로 하는 일은 그들의 숨겨진 면모를 밝혀나가는 일이다. 그 순서 탓에 무시무시함은 극대화된다. 앞서 적은 ‘자유로운 영혼’과의 관계에 대한 분석은 위와 같은 문법에 따라 얄팍한 멜로 드라마 감상 경력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며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임을 꼭 밝힌다.
이다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