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거세지는 ‘이재명 책임론’… 친문·친명 갈등 확산 조짐

입력 2022-06-04 04:10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대회의실 앞 복도가 3일 텅 비어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지난 2일 총사퇴했다. 뉴시스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책임론’을 두고 격랑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한 후 곧장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 당의 선거운동을 지휘한 이재명 의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이 이 의원을 비호하고 나서면서 계파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3일 국회에서 의원총회 성격의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6·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수습책과 차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식 등을 놓고 무제한 토론을 벌였다.

회의에서는 ‘이재명 책임론’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뤄졌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이 의원의 이번 선거 출마와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점을 두고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며 “이 의원의 출마에 명분이 없었다고 지적하는 의원들도 있었고, ‘한 사람에게만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는 반박도 있었다”고 전했다.

새로 구성할 비대위와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다른 회의 참석자는 “이번 비대위는 8월 전당대회를 원만하게 잘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당 사정을 잘 아는 원로그룹에 하는 게 맞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다. 비대위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의원총회 등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정당성을 확보하는 의견도 다수 제시됐다고 한다.

장외에선 ‘이재명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이 더 격하게 펼쳐졌다. 친문 좌장격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이 의원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이끈 것을 두고 “(대선에서 이재명을 찍은) 1614만명이 내(이재명)가 나서면 아무 때나 뭉쳐서 도와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그 생각의 위험성을 지적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이 의원 측은 이런 당내 비판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지역구에 머무르며 연석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친문의 공격이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속내인 걸 누가 모르겠느냐”며 “딱히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오히려 공격이 계속될수록 이 의원의 지지층이 결집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수진(동작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재명을 불러낸 게 누구냐. 당원들이 요청했고 당이 결정한 것”이라며 이 의원을 비호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민주당 내홍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고 나섰다. 현재 가장 유력한 민주당의 차기 당권 주자를 미리 흔들어 놓겠다는 의도다.

지방선거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기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이 의원을 공천한 것 패착의 1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명분 없는 출마가 민주당 패인이 됐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또 이 의원의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언급하며 “전국 선거에서는 분명히 민주당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규영 정현수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