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5.4% ↑… 금융위기 이후 최고

입력 2022-06-04 04:10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식용유가 진열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로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8월(5.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수입 관세·부가가치세 인하 등 민생안정대책을 내놨지만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모두 오른 영향으로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했다. 에너지·원자재·곡물 등 대외 공급망 차질과 함께 국내 방역 완화에 따른 내수 회복세가 물가를 끌어올렸다.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8.3% 급등했다. 러시아산 원유의 부분 금수 조치 등 국제 유가 상승 압력이 이어지면서 석유류는 34.8% 올랐고, 이 중 경유가 45.8%로 상승 폭이 컸다. 밀가루(26.0%), 식용유(22.7%), 빵(9.1%) 등 가공식품도 7.6%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가격이 4.2% 올랐다. 이 중 축산물은 사료비와 물류비가 오른 영향으로 12.1% 뛰었다.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등도 크게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외식(7.4%)과 외식 외(3.5%)가 모두 올라 5.1% 상승했다. 요금 인상 영향 등으로 전기·가스·수도는 9.6% 올랐다.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식품과 식품 이외 상승 폭이 함께 확대되며 6.7%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6, 7월에도 5%대의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유가와 국제 식량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고, 최근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수요 측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물가 하락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수입 관세 인하 등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하며 물가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 조치가 소비자물가를 0.1% 포인트 낮추는 정도의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실제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를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이어지면서 성장 둔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