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참패 책임론 격랑… 민주당 지도부 총사퇴

입력 2022-06-03 04:10
윤호중·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2일 오전 국회에서 회의를 열기 전 국민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윤 위원장은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며 “비대위원 일동은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6·1 지방선거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일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대선 패배 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른 민주당은 다시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해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르게 됐다.

윤호중 공동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비공개 회의 후 “비대위원 일동은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며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회의 내용에 대해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당의 혁신을 잘하려 했으나 지방선거가 임박해 충분히 해내지 못했다는 데 대해 모든 비대위원이 동일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객관적 평가와 그에 따른 혁신 방안 마련 등은 멈추지 말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무연고 출마’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고 대변인은 “그런 부분도 패인이 되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길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은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새 비대위를 꾸릴 방침이다. 대선 패배 직후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박홍근 원내대표가 새 비대위 구성 때까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역할만 맡기로 했다. ‘박지현·윤호중 비대위’를 놓고 자격 논란이 불거졌던 점을 의식한 듯 민주당은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 등을 거쳐 새 비대위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빠르고 질서 있는 수습’을 내걸었지만 당분간 내홍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8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지도부가 다음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당내 각 계파들의 정치적 명운을 건 일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당장 친문재인계는 이재명 의원을 겨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 의원과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이낙연 전 대표는 “대선을 지고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면서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책임자가 책임을 지지 않고 남을 탓하며 국민 상식을 행동으로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정치적 탄핵’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대선 패배 후 두 달도 안 돼 연고 없는 인천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의원을 직격한 것이다.

친이재명계는 일단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께서 매서운 회초리를 내려치면서도 가느다란 희망은 남겨놓으셨다”며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친명계는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상수로 여기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전당대회를 앞당겨 치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대선과 지방선거 패인 평가가 먼저라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에 앞서 진행될 대선·지방선거 패배 평가회가 친문·친명계 간 충돌의 전초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승욱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