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쿠르상 ‘아노말리’ 작가 “내 분신과 만난다면 어떨까 상상”

입력 2022-06-03 04:07
사진=연합뉴스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이자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공쿠르상 2020년 수상작 ‘아노말리’(민음사)가 국내 출간됐다. 팬데믹 가운데 110만부가 팔렸고 45개국에서 번역됐다.

한국어판 출간을 맞아 내한한 작가 에르베 르 텔리에(65·사진)는 2일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나 자신의 분신과 대면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생각하면서 썼다”며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기 위해 여덟 명의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노말리는 ‘이상’ ‘변칙’이라는 의미다. “당신은 상상할 수 있어? 당신이 둘이라는 걸?” 소설 속 이 대사가 작품의 주제를 보여준다. 소설은 뉴욕에서 파리로 비행기를 타고 온 인물들이 3개월 후 똑같은 여객기를 타고 온 분신들과 만난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킬러, 소설가, 기장, 미국인 소녀, 나이지리아 뮤지션, 나이 든 건축가와 젊은 여성 커플 등이 자신의 분신에 보이는 반응을 자기 살해부터 자기희생까지 다양하게 묘사한다. 예컨대 청부살인업자는 분신을 죽이고 임신한 젊은 여성은 자신이 사라지는 길을 택한다.

에르베 르 텔리에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91년 첫 소설을 발표한 그는 장·단편 소설, 희곡, 시 등 전방위로 글을 쓴다. 국제적 실험 문학 집단인 ‘올리포’의 대표다.

그는 “한국을 잘 알진 못하지만, 조금 알게 된 것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화 ‘기생충’은 너무 훌륭한 작품이고 넷플릭스 ‘오징어게임’도 재미있게 봤다. 특히 ‘부산행’이 정말 재미있었다. 매우 깊이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