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은 100% 수사극이자 100% 멜로극”

입력 2022-06-03 04:13
박찬욱 감독과 배우 탕웨이, 박해일(왼쪽부터)이 2일 영화 ‘헤어질 결심’ 제작보고회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의 제작보고회가 2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렸다.

박 감독은 “3~4년 전 스웨덴의 추리소설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읽으며 소설 주인공처럼 속이 깊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신사적인 형사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제가 좋아하는 정훈희의 노래 ‘안개’가 나오는 로맨스 영화도 만들고 싶었는데 둘을 합쳐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정서경 작가와 이야기하면서 ‘형사가 나오는 로맨스 영화’라는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작가가 여자 캐릭터는 중국인으로 하자고 제안하기에 이유를 물으니 ‘그래야 턍웨이를 쓸 수 있지 않냐’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영화를 만들며 수사와 멜로의 균형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박 감독은 “이 영화는 100% 수사극이자 100% 멜로극”이라며 “조사하고 미행하는 형사의 모든 업무가 연애 과정이기에 분리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칸에서 공개된 후 ‘헤어질 결심’은 박 감독의 이전 영화들과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감독은 “예전 영화들에선 자극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폭력과 노출 등을 필요한 만큼 구사했는데, 그런 영화들은 관객들의 눈앞에 뭔가 바짝 들이대는 류다. 이번엔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며 “감정을 숨긴 사람들의 이야기인만큼 관객이 ‘저 사람 지금 무슨 생각 하나’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다른 자극적인 요소는 줄여야 했다”고 밝혔다.

영화 ‘헤어질 결심’ 포스터

여주인공 서래 역을 맡은 배우 탕웨이는 “박 감독이 처음 제안하면서 90분 정도 영화 줄거리를 이야기했는데 천천히 그리고 완전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때 감독과 작가의 눈빛이 따뜻해 외국어로 연기해야 하는데도 안심이 됐고 걱정이 없어졌다”고 돌이켰다. 형사 해준 역을 맡은 박해일에 대해선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를 돌아봤을 때, 해준은 수사에 공정한 형사의 모습을 처음에 보이지만 서래는 점점 해준의 눈빛에 휘말린다. (박해일은) 눈빛이 정제돼 있고 디테일하다”며 “‘살인의 추억’ 등 박해일의 영화를 몇 편 봤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이 작품에서 눈빛”이라고 말했다.

박해일은 이번 영화를 통해 박 감독과 주연 배우로 처음 만났다. 박해일은 출연을 결심한 동기를 “저라는 배우가 감독님의 영화에 잘 맞을 수 있을까 생각해왔는데, 수사극 안에서 멜로를 보여준다고 해서 궁금해졌다”며 “시나리오를 보니 예전 작품과 결이 다른 부분과 담백한 톤이 느껴졌다. 제가 조금 더 뛰어 들어갈 수 있는, 도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칸에서 수상한 것보다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관객들이 어떻게 봐 주시는지가 중요하다. 언제 개봉할지 몰라 후반 작업이 길어지다 보니 제 영화 중에 가장 완성도가 높아졌다”며 “영화산업이 붕괴 직전에 있는 만큼 ‘헤어질 결심’뿐만 아니라 어떤 영화든 빨리 영화관에 가서 보시고 ‘영화 본다는 게 이런 거였지’하는, 잊고 있던 감각을 되살려보시기를 감히 권한다”고 전했다. 오는 29일 개봉.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