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브로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작품 구상 과정을 소개했다. 이 영화는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버린 엄마와 그 아이를 팔려는 브로커들이 만나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레에다 감독은 “2년 전 서울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베이비박스와 보육원, 입양 관련된 사람들과 경찰까지 두루 만났지만 가장 크게 다가온 건 보육시설에서 자란 사람들 이야기였다”면서 “그들은 ‘(부모는) 내가 정말 태어나길 바랐나’라는 의문을 품고 생에 대한 확신 없이 어른이 됐다. 그 책임이 사회에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어느 가족’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그는 “가족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다면적 모습을 제한적 공간 안에서 그릴 수 있다”며 “세월에 따라 역할이 바뀌고 누군가 부재했을 때 다른 사람이 메워가는 점에도 흥미 요소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이 가족이 되는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 데 대해선 “혈연이 아니어도 한 사람을 지탱하는 사회공동체가 있다”며 “나도 혈연인 가족 외에 감독들이 모인 창작그룹 등의 공동체에도 속해있다. 개인을 물속에 가라앉지 않도록 도와주는 튜브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공동체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브로커’의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는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분들도 기다린 순간 아니겠냐”며 “송강호가 아직 그 상을 받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의아했다.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감독 작품에서 상을 받을만했는데 내 작품으로 수상해 한국 감독들에게 송구하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에 대해선 “나와 같은 세대이자 같은 아시아인 감독으로서 정말 존경한다. 그의 수상소감을 들었을 때 감동받았다”고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