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8시30분,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비서 서비스 ‘에이닷’ 애플리케이션을 켜니 “확인해야 할 메시지가 있다”는 안내가 스마트폰 화면에 떴다. 메시지를 누르니 아바타가 “약 30분 전에 한 기업 직원으로부터 문자가 왔는데 답장을 하겠느냐”고 묻는다. 한 기업으로부터 오전 8시쯤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안내 문자메시지를 받았는데, 이를 에이닷이 확인하고 상기시켜준 것이다. 출근길이라 미처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를 떠올리게 해줘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은 곧바로 ‘엉뚱한 반응’ 때문에 아쉬움으로 변했다. “답장 안 해도 돼”라고 에이닷에게 말하자 “에구~ 이건 대답이 좀 고민되네요. 다른 얘기 하면 어떨까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문자메시지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고 ‘읽음’ 상태로 처리해 달라는 의도였는데, 에이닷은 이를 알아듣지 못했다. 짧은 2, 3번의 대화 만에 흐름이 끊긴 셈이다. “메시지 답장 안 해도 돼”라고 재차 말했지만, 에이닷은 갑자기 “추천 음악을 틀어드릴게요”라며 음원 스트리밍 앱을 실행시키려 했다. 결국 에이닷 앱을 강제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SK텔레콤이 지난달 15일 에이닷의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에이닷은 사용자 맞춤형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일종의 ‘AI 비서’다. SK텔레콤은 소비자가 한정된 시간을 더 소중한 일에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에이닷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마주하는 번거로운 일들을 에이닷이 대신 처리해주고, 선호 콘텐츠도 알아서 추천하는 개인 비서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을 출시하면서 혐오와 차별적 표현을 막는 데 집중했다고 한다. 혐오 표현을 필터링 없이 노출해 서비스 중단에 이르렀던 이른바 ‘이루다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았다. 에이닷과 이용자가 ‘착한 대화’를 주로 나눌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제로 욕설이나 혐오 표현을 해봤더니 “그런 말은 나빠요”라는 ‘훈계’를 들어야 했다.
다만 SK텔레콤의 이런 서비스 철학이 이용자와의 대화 단절을 유발하는 측면도 있다. 에이닷이 지나치게 ‘방어적 태도’로 대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대화 흐름을 파악하지 못할 때 “다른 얘기 하자” 식의 반응을 주로 보였다. 긴 대화를 하고 싶어 앱을 사용했지만, ‘대화 끊기’ 패턴이 반복되면서 대화 자체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앱 사용빈도는 갈수록 줄었다. 검색엔진을 통해 키워드를 알려달라고 물었을 때마저 “나 그런 거 잘 몰라. 우리 딴 얘기 하자”는 말이 돌아와 포털 앱을 실행시켜야만 했다.
반면 사용자 관심사나 취향에 맞춰 음악, 영화, 드라마 등을 추천할 때에는 여러 차례 대화를 이어갔다. 향후 기능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줬다. 예를 들어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대화를 하다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로 연결해주겠다며 이끄는 과정은 ‘기승전결’이 뚜렷했다. 에이닷을 통해 T월드, T 멤버십, 티맵(TMAP), 플로(FLO), 웨이브(wavve) 등의 서비스를 계정 연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편리했다.
SK텔레콤은 에이닷 서비스 초기인 만큼 이용자 반응이 축적될수록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용자들 피드백을 반영해 대화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