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에 나선 한국 여자배구의 성장통이 시작됐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숙명의 한일전에서 완패하며 뼈아픈 데뷔전을 치렀다.
한국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이 2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슈리브포트에서 열린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주차 예선라운드 1차전에서 일본에 0대 3(17-25, 16-25, 11-25)으로 셧아웃 패배했다. 김연경 양효진 등 ‘도쿄 4강’ 주축들이 은퇴한 뒤 세대교체를 단행한 대표팀은 젊음과 패기로 무장했지만 세계의 벽은 높았다.
이다현 정호영 등 높이에서 유리했지만 일본은 특유의 촘촘한 수비와 빠른 속공으로 이를 무력화했다. 시작은 좋았다. 1세트 정호영이 일본 이시카와 마유를 블로킹해 첫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일본은 수비 후 속공 플레이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일본의 빠른 움직임에 제때 수비 대응을 하지 못했고 실점이 이어지면서 17-25로 마쳤다.
2세트는 경기 초반에 선전하며 반격에 나섰다. 정호영 강소휘의 블로킹, 이다현의 중앙 득점 등에 힘입어 5-3으로 앞서며 분발했다. 하지만 일본의 이동공격과 속공에 또 대응하지 못하며 순식간에 10-18까지 벌어졌다. 결국 2세트를 16-25로 내주고 3세트에도 큰 힘을 쓰지 못한 채 11-25로 지면서 경기가 끝났다.
공격에서 26-49로 크게 뒤졌다. 일본은 지난해 VNL 공격 3위였던 ‘에이스’ 코가 사리나가 22점을 올렸고, 이시카와(14점) 오가와 에리나(7점)가 뒤를 이었다. 한국은 강소휘가 11점으로 팀 최다득점을, 박정아와 이다현이 각각 7점과 5점으로 뒤를 이었다. 주포 김희진은 4점으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범실도 19개로 일본(8개)의 2배 이상이었고, 세터와 공격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한 것은 물론 20점 이상 득점 세트도 없었던 게 뼈아프다. 2일 한국경기를 포함한 VNL 8경기 중 불가리아 이탈리아 도미니카공화국 한국이 셧아웃 패배했는데, 한국만 20점 이상 득점 세트가 없다.
다만 일본전에서 블로킹을 8-5로 앞선 점, 평균 약 25세의 젊은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점 등은 위안거리다.
세자르 감독은 데뷔전에서 완패하며 쓴맛을 봤다. 2024 파리올림픽 진출을 위해 랭킹포인트를 쌓는 게 필수인데, 일본전에서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1점도 얻지 못했다. 코치를 겸하는 터키 바키프방크 일정으로 대표팀에 뒤늦게 합류한 점이 아쉬웠다. 남은 VNL 기간 최대한 합을 맞추고 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게 숙제로 남았다. 한국 대표팀은 4일 독일과 1주차 2차전에서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