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셋 중 막내로 태어나 언니들과 어머니의 알뜰한 보호 속에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다. 조그만 일도 해결하지 못하고 늘 기대며 살다가 지방 대학교에 입학했다. 기숙사에서 일어나고, 방청소, 빨래까지 스스로 해야 하니 너무 서툴고 힘들었다. 4년간 견딜 일이 너무 끔찍해 서울의 대학교로 편입을 결심하고, 한계를 뛰어넘는 생활을 시작했다. 수업 전 영어단어 200개 외우고, 밥 먹는 시간도 줄이고, 친구들과 만남도 완전 단절하고 공부만 했다.
그러나 방학을 하여 집에 오니 긴장이 풀어졌다. 편입시험 날짜는 다가오고 공부는 되지 않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 어머니와 언니들만 있으면 붙잡고 얘기했다. 누군가 옆에 없으면 친구들을 만났다. 그러나 매번 똑같은 얘기만 계속하니 모두들 피하기 시작했고, 혼자 있으면 너무 불안했다. 그렇게 6개월 동안 불안에 떨며 지내다가 서울로 편입을 하고 운 좋게 교환학생으로 선발되어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외국에 가면 저절로 말문이 트이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다. 노부부가 주인인 홈스테이 집은 학교와 너무 멀고, 언어도 통하지 않아 또 다시 불안감에 시달렸다. 사정을 자세히 말하고 친구 집으로 옮겼지만 한 번 시작된 불안은 멈추지 않았다. 시간만 나면 붙잡고 불안한 마음을 늘어놓으니 친구는 나를 피해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곤 했다. 어쩔 수 없이 얘기 대상이 주인에게 향했는데 결국 주인도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을 해결할 수 없어 병원에 갔는데 향수병이라고 했다. 더 이상 내 얘기를 들어줄 대상이 없어지자 일어나 잠들기까지 계속 먹기만 했다. 4개월 만에 옷도 거의 입을 수 없게 12㎏이 늘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니 조금 안정되었지만, 졸업과 취업을 앞두고 다시 증세가 나타났다. 고시원에서 친했던 친구도 역시 나중에는 지쳐 고개를 돌렸다. 졸업 후 1년 정도 백수로 지내다가 겨우 직장을 잡았다. 그러나 동료와 상사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를 보는 생활에 다시 불안이 엄습하여 한 달 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다행히 다른 직장을 잡아 잘 적응하며 남자친구도 사귀었다. 그러나 그도 끝없는 내 얘기에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그 모습을 딱하게 바라보던 어머니는 그냥 결혼하지 말고 평생 혼자 살라고 하셨다.
너무 힘들고 답답함을 벗어나기 위해 아는 언니에게 연락을 했다. 그런데 언니는 내가 원하는 대답이 아닌 예수님에 대해 얘기했다. “네가 만일 2천 년 전에 이스라엘에 살았는데, 예수라는 이웃집 청년이 갑자기 ‘내가 하나님이다. 내가 예언된 메시아다.’ 한다면 믿을 수 있겠니?” 했다. 갑자기 멍해 있는 내게 이 땅에 사람으로 살았던 예수님이 죽으시고 부활했다며 그 부활이 내 문제의 답이라고 했다. ‘부활? 나도 아는데?’ 그런데 2천 년 전의 예수 부활이 지금 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주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 후 다시 만나 얘기를 해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게 지쳐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반기며 똑같은 부활 얘기만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내가 불안하다고 얘기하면 예수님이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너의 주인이 되어주셨다고 하고, 그래도 불안하다고 하면 ‘예수보혈! 예수는 나의 주!’를 외치라며 힘을 주었다.
어느 날, 언니가 가르치는 학생이 위인전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찾았다고 말했다는 것을 듣고 돌아와 언니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예수님은 세계 4대 성인 중의 한 분이었고, BC와 AD를 나누는 기준이 된 역사적 인물임이 선명히 비춰졌다. ‘이 땅에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 없는데?’ 하던 의심도 한순간에 사라지며 부활하신 예수님은 정말 하나님이 틀림없었다. 성령께서 그동안 수없이 들었던 말씀을 통해 역사하신 것이다. 풀리지 않던 숙제가 한 순간에 해결되며 부활이 내게 실제가 되었다. 예수님이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나의 주인이 되어주셨는데, 나는 한 번도 예수님을 마음의 주인으로 믿어본 적이 없었다. 이것이 내가 주인된 죄였고, 나는 이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영접했다.
그때부터 나는 완전히 달라졌다. 항상 마음에 기쁨이 넘치고 직원들 20명 앞에서 발표를 하는데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정말 내게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비슷한 시기에 아버지는 사고로 발등이 찢어지고, 어머니는 맹장이 터졌다. 갑작스런 일에도 걱정이나 불안함이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담대하게 어머니께 복음을 전하여 어머니는 바로 예수님을 믿겠다고 하셨다. 집안의 온갖 청소를 맡아 하고, 주방에서 요리와 설거지를 하는 나를 본 어머니는 드디어 빙그레 웃으시며 “이제 시집가도 되겠다.”고 하셨다.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것이 내게 장점이 되어 사람만 만나면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택시기사에게도, 운전학원 강사에게도, 수영장에 가서도, 일본여행에서 길을 물어본 학생에게도 열심히 복음을 전했다. 평생을 불안해하고 다른 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하며 살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입술을 열어 예수님을 전하는 내 마음은 늘 천국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예수님만 붙들고, 주인 되신 예수님을 만나는 그날까지 주를 위해 달려갈 것이다.
오민정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