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고등학생 형들과 군인들을 대상으로 하숙집을 운영했다. 저녁마다 마당에서 기타치고 노래 부르며 춤을 추는 분위기에 어린 나도 젖어 들었다. 중3 때 고입 시험에 떨어진 친구를 위로한다며 함께 서울로 가출해 구두닦이도 했고, 고3 겨울방학땐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밤새 놀다가 대학입시에 떨어졌다. 새 각오로 재수를 했지만 역시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대학 캠퍼스를 밟아보지 못하고 바로 입대를 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친구 다섯 명과 부천의 봉제공장에 취업을 했다. 아침과 저녁을 라면으로 때우고 난방도 안 되는 여관방에서 이불만으로 추위를 버텼다. 2교대 근무로 12시간의 단순노동이 너무 힘들어 다른 곳을 찾던 중, 지인 소개로 인테리어 사무실에 들어갔다. 어느 날, 유명한 호텔 공사를 하는데 하루 숙박비가 내 월급의 몇 배가 되는 것을 보고, 삶에 깊은 회의를 느껴 되는 대로 살다가 건축사인 매형의 사무실로 옮겨 일을 했다.
아무 소망도 없이 회의적으로 살던 어느 날, 생뚱맞게 초등학교 때 친구 따라 간 교회에서 들었던 ‘기독교는 사람이 만든 종교가 아니라 역사’라던 말이 문득 떠오르며 ‘나도 언젠가는 교회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 결혼을 하고 아내와 집 근처 교회에 나갔다. 하지만 선데이 크리스천으로 마음과 삶은 아무런 변화 없이 친구들과 날마다 술과 포커에 빠져 살았다. 아내가 임신을 하여 힘들어 해도 출산할 때까지 친구들과 어울려 매일 세상의 쾌락을 쫒았다. 그런데 조금씩 마음 한구석에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함과 허전함이 몰려왔다.
둘째를 출산하던 날, 늦은 밤까지 포커를 하는데 아내가 양수가 터졌다고 전화를 했다. 급히 산부인과에 데리고 갔는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되나요?” 했더니 의사는 “차라리, 반에서 꼴등하는 아이를 서울대에 보내달라고 하세요.”하며 버럭 화를 냈다. 나도 화가 나 “그러면 하지 마세요.”하고 분만실에 있는 아내를 들쳐 메고, 2층 계단을 내려와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하지만 결국 수술동의서를 썼다. 대기실에 앉아 “하나님! 잘못했습니다. 제 맘대로 아내를 너무 힘들게 한 것 용서해 주세요.” 하는 간절한 기도가 나왔다. 그때, 간호사가 뛰어나오더니, ‘수술 안 해도 돼요’ 하고는 황급히 들어갔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었는데, 의사가 마취주사를 놓으려는 순간에 아이의 머리가 나와 자연분만을 했다고 한다.
그 후, 한마음교회 목사님과 전도사님이 교회 건물 용도변경 문제로 우리 사무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3년 뒤, 힘들게 하기로 소문난 건축주 밑에서 일하는 한 자매를 만났다. ‘어떻게 저런 사람 밑에서 기쁘게 일할 수 있지?’ 그 자매는 너무 기쁘고 밝은 모습으로 만날 때마다 내게 예수님을 전했고, 그 일을 계기로 처음 한마음 교회에 갔다. 그런데 많은 성도들이 눈물의 간증을 하는데 너무 놀랐다. 감동적인 그 간증들을 들으며 ‘어떻게 하면 나도 저렇게 긴 터널을 빠져 나와 예수님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느 주일날, 마가복음 2장의 예수님께서 중풍병자를 고치시는 장면이 선명히 보였다. 예수님은 병을 고쳐주겠다고 하지 않고, 네 죄가 사함을 받았다고 했고, 듣고 있던 서기관들이 어떻게 하나님도 아니면서 죄를 사해 주냐고 비난을 했다. 그때, 예수님은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기 위해 중풍병자에게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고 하자 병자는 일어나 걸어 나갔다. 이것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은 성경에 있는 모든 말씀들을 믿을 수 있게 해 주시기 위해 부활하셨다는 것이다. 목사님께서 ‘그리스도께서 다시 사신 것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요.’라는 말씀을 선포하셨다. 그 순간, 내 입에서 ‘예수님은 정말 하나님이 맞구나!’는 고백이 터졌다. 내 죄를 사해 주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리며 죽으신 그 엄청난 사랑이 온 몸에 부어지며 내가 주인 되어 살아온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모셨다.
어느 날 형제들과 축구를 하다가 다리에 부상을 입고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는 점점 심해졌다. 정밀 검사를 해보니 ‘강직성 척추염’ 진단이 나왔다. 대학병원에 갔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치료방법이 없다는 의사의 말에 아내는 많이 울었지만, 요한복음 6장의 ‘살리는 것은 영이요 육은 무익하니라 내가 너희에게 이른 말이 영이요 생명이니라’는 말씀으로 내 마음엔 평강이 임했다. 이 병으로 인한 각종 증상은 아직도 괴롭지만, 주인 되신 예수님이 나와 동행하시니 흔들리지 않고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부활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 모든 시간을 드린다. 사무실에서도, 현장에서도, 상담을 하면서도 복음을 전한다.
얼마 전 코로나에 확진된 후, 면역체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눈과 비염 등 각종 알러지와 강직성 척추염에 치통까지 온몸이 힘들다. 그러나 예수님이 항상 함께하시니 날마다 새 힘을 얻는다. 보이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공허한 마음에 힘들어했지만, 예수님으로 인해 내가 사는 이유를 알았다. 온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찾아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며 푯대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조재춘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