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167석 거대야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과 관련해 강경파에 휘둘린 ‘입법 폭주’ 정치로 중도 지지층을 잃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회 다수당 지위를 과신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 등 독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거대야당 견제론’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3·9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반성과 성찰이 없었던 점도 패인으로 거론된다.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1일 “민주당은 30%밖에 안 되는 ‘집토끼’ 강성 지지층만을 공략하다가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은 이념 싸움이 아니라 능력 싸움으로 가서 40%에 달하는 중도층에 다가가야 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그러면서 “대선 표차였던 0.73% 포인트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민주당 패배의 원인”이라며 “대선에서 패했다면 일단 자기성찰과 읍소 전략으로 나서야 했는데, 민주당은 강경 드라이브로 일관했다”고 강조했다. 석패했던 지난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무리하게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하는 등 폭주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자기 발등을 찍었다는 것이다.
‘86 용퇴론’ 등을 놓고 분열상이 드러난 것도 패인으로 지목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윤석열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도 절반이나 되는데, 민주당은 그들을 포섭하지 못했다”며 “변화와 쇄신은커녕 끊임없이 당 내부에서 싸우는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천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송영길)로 나오고 인천 계양을(이재명)에 나왔다”며 “국민들을 우롱한 것으로밖에는 비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후보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선거 전반을 지휘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민주당은 한 마디로 ‘자해정치’를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완주 성추행 사태와 김포공항 이전 논란도 결정적이었다”며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가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패배를 맛본 민주당은 수습책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민주당은 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비공개 비대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방안 등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안규영 김승연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