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50.9% 역대급 저조… “민주 지지층 예상보다 덜 뭉쳐”

입력 2022-06-02 04:04

6·1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이 50.9%로 집계됐다. 4년 전 지방선거 투표율(60.2%)보다 9.3% 포인트 낮은 수치로, 역대 지방선거 중 2002년의 48.9%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투표율이다. 지난 3월 대선 투표율(77.1%)보다는 26.2% 포인트나 낮다.

대선 이후 84일 만에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지면서 유권자들의 선거 관심도가 크게 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대선 승리로 ‘여당 프리미엄’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의 우위가 일찍부터 예상되면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서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 4430만3449명 중 2256만7894명이 한 표를 행사해 이번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잠정치)은 50.9%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의 투표율이 58.5%로 가장 높았고 강원(57.8%), 경남(53.4%), 서울(53.2%), 제주도(53.1%)가 뒤를 이었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광주(37.7%)였다.

이번에 사전투표율이 20.62%로 지방선거 사상 가장 높게 나왔으나, 본투표율이 크게 저조해 최종 투표율은 낮게 나왔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율 하락에 대해 “대선 후 3개월 만에 (선거가) 실시돼 상대적으로 유권자의 관심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진보 진영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투표하지 않은 것이 투표율에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도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에 이길 수 없는 구도’라는 생각에 민주당 지지층이 예상보다 적게 투표장에 나오면서 투표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 등 당내 여러 문제가 터지면서 지지층이 결집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도 “민주당 지도부가 투표 독려를 통해 반전을 노렸지만 실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방선거는 각 진영 지지층의 절박감이 대선보다 확실히 덜하기 때문에 양 진영 유권자 모두 투표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아 전체 투표율이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저조한 투표율은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개표 전부터 많았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2030세대가 투표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는 의미인데, 우리 당보다 젊은층의 지지를 더 받는 민주당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도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곧바로 치러지는 선거이기 때문에 우리 당에 유리하지 않은데, 투표율까지 낮아 (선거 결과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보수 진영은 ‘지방정권 교체를 통해 윤석열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계산하에 진보 진영보다 투표에 열정적으로 임했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손재호 김승연 정우진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