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안정론’ 힘 실은 민심… 입법독주 민주당에 회초리

입력 2022-06-02 04:04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실내배드민턴장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다 보니 지난 대선의 연장전 성격을 띠었다. 서영희 기자

6·1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윤석열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줬다.

출범한 지 22일 된 새 정부에 대한 ‘심판론’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민심은 ‘입법 독주’를 했던 167석의 ‘거대야당’에 회초리를 들었다. 중도층 유권자들은 대선 직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지방선거 승리로 윤석열정부는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여권은 중앙권력에 지방권력까지 거머쥐면서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손에는 의회권력만 남게 됐다. 여야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통해 협치의 모멘텀을 마련할지, 아니면 갈등 기조를 이어갈지 여부도 관심사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의 지방선거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이 10곳에서, 더불어민주당이 4곳에서 각각 우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와 대전, 세종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민심이 윤석열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내내 밀어붙였던 ‘여당 프리미엄’도 효과를 봤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당선된 만큼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지방선거에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안정론’이 힘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정부가 정책을 집행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그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다”며 “윤석열정부를 비판할 만한 요소보다는 기대할 만한 요소들이 더 많이 남아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 역시 “대선 직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여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여당 프리미엄’ 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수완박 등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국민의힘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검수완박 강행 처리나 법제사법위원장 합의 파기 등 다수 의석의 힘으로 함부로 하는 모습을 보이자 국민들이 매섭게 민주당을 심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도중 ‘586 용퇴론’을 두고 터진 민주당 내 내부분열과 ‘김포공항 이전 논란’ ‘박완주 민주당 의원 성비위 사건’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봤다.

윤석열정부와 여당은 지방권력까지 확보하면서 민주당을 전방위로 포위하게 됐다. 여전히 민주당이 의회 내 다수 의석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야당이 가진 힘은 입법부 내로 쪼그라들게 됐다.

2024년 4월 총선까지 앞으로 22개월 동안 민심을 확인할 다른 선거가 없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는 당분간 민주당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민주당은 민심을 무섭게 받아들인다면 여당과의 협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구승은 김승연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