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꺾은 나달, 22번째 그랜드슬램 보인다

입력 2022-06-02 04:08
라파엘 나달(스페인·세계랭킹 5위)이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디펜딩챔피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1위)를 3대 1(6-2 4-6 6-2 7-6)로 꺾은 뒤 두 손을 번쩍 들어 환호하고 있다. ‘클레이코트 황제’ 나달은 이번 프랑스오픈에서 1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AP연합뉴스

클레이코트 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세계랭킹 5위)은 여전히 무적이었다. 부상 여파도, 체력 저하도, 세계랭킹 1위도 적갈색 앙투카 코트에 선 ‘흙신’을 가로막을 순 없었다.

나달이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디펜딩챔피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1위)를 3대 1(6-2 4-6 6-2 7-6)로 꺾고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 5연패 1번(2010~2014년), 4연패 2번(2005~2008년, 2017~2020년)을 포함해 모두 13차례 우승을 차지한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2년 만에 우승컵 탈환을 노린다.

두 레전드의 메이저 실적을 고려할 때 사실상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다. 나달의 부상 이슈와 앞선 라운드 좋았던 조코비치의 컨디션이 대조적이라 열세가 예상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흙신은 역시 흙신이었다. 경기 전반을 깔끔하게 리드하며 지난해 4강 맞대결 패배를 설욕했다.

조코비치의 서브게임으로 시작한 1세트는 첫 게임부터 거듭된 듀스 랠리 끝에 10분 24초 만에 나달이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16강까지 자신의 서브게임 52번 중 단 3차례밖에 뺏기지 않았던 조코비치였지만, 나달은 1세트에만 2차례 상대 서브게임을 가져오며 6-2로 손쉽게 첫 세트를 따냈다.

2세트는 과감한 네트플레이로 기선을 제압한 나달이 3-0까지 기세를 올리며 초반 흐름을 가져갔지만 조코비치는 그냥 무너지지 않았다. 곧바로 나달의 서브게임을 따내 추격의 시동을 걸더니 6-4로 역전, 2세트를 가져갔다.

3세트는 나달이 1세트와 유사한 흐름 속에 세트스코어 6-2로 따냈다. 이어진 4세트는 벼랑 끝 조코비치가 초반 집중력을 발휘하며 3-0으로 분위기를 잡았지만 나달의 뒷심이 매서웠다. 현지 시간으로 자정을 넘긴 6-6 타이브레이크 상황, 나달은 기막힌 백핸드 다운 더 라인을 적중시키며 4시간 12분이 걸린 승부를 마무리했다.

이날 승리로 나달은 조코비치와 통산 맞대결 전적을 29승 30패로 좁혔다. 롤랑가로스에서 상대 전적은 8승 2패로 나달의 압도적 우세가 유지됐다.

나달의 준결승 상대는 세계랭킹 3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다. 즈베레프는 ‘나달의 후계자’로 꼽히는 스페인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즈(6위)를 3대 1(6-4 6-4 4-6 7-6)로 제압하고 2년 연속 프랑스오픈 4강에 올랐다. 상대전적은 6승 3패로 나달이 앞선다. 즈베레프와 함께 차세대 빅3로 꼽히는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 2위)와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 4위)가 모두 16강에서 탈락한 만큼 즈베레프만 넘어선다면 ‘흙 만난 나달’의 우승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나달이 14번째 롤랑가로스 우승컵을 거머쥔다면 수년간 이어온 ‘페 나 조’(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의 테니스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 경쟁에도 균열이 발생한다. 지난해까지 세 선수의 메이저대회 우승 횟수는 20회로 동률이었지만 올해 초 호주오픈에서 나달이 우승하며 먼저 치고 나갔다. 나달이 22번째 그랜드슬램 수집에 성공한다면 격차는 한층 벌어진다.

나이가 가장 많은 ‘황제’ 페더러는 2018년 이후 메이저 우승이 없다. 조코비치는 백신 미접종 때문에 대회 출전이 제한적이라 올해 우승 횟수(1회)에서도 나달(3회)에 밀리고 있다. 나달로선 안방이나 다름없는 롤랑가로스에서 역대 최고 선수를 향해 더 도약할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