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속 섬’ 오대리 뱃길 건너 투표… 118세 할머니도 한 표

입력 2022-06-02 04:10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1만4000여 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른 아침부터 길게 이어졌다.

최북단·최남단 섬과 민간인 출입통제선 접경지 거주 주민, 만 18세 청소년부터 118세 어르신까지 “내 고장 일 잘할 사람 뽑겠다”고 참정권을 행사했다. 많은 투표용지에 투표하는 지방선거 특성상 다소 혼란도 있었지만 대체로 평온하게 진행됐다.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최북단 섬의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투표를 위해 집을 나섰다. 옹진군 투표소는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등 7개 섬 25곳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서해5도 주민들은 저마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백령도 주민 심모씨는 “농사철이라 한창 바쁜 시기지만 오전 7시쯤부터 주민들이 삼삼오오 투표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 최남단 섬인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유권자 일부는 여객선 편으로 모슬포항으로 나와 대정읍 제8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마라도를 제외한 비양도 추자도 등의 주민들은 섬 안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이들이 투표를 마친 투표함은 정기여객선과 제주도청 어업지도선을 통해 제주 본섬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경기도 광명시의 한 식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가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충복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주민들은 배를 타고 대청호를 건너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 마을은 1980년 대청댐이 건설된 뒤 험한 산과 호수에 둘러싸여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고 있다.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넌 주민들은 차량 두 대에 나눠 타고 대청호에서 약 3㎞ 떨어진 옥천읍 제2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경기도 파주시와 연천군 등 민통선 안 접경지 마을 주민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민통선 안에 있는 파주시 대성동 마을과 통일촌, 해마루촌 주민들은 농번기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투표소를 찾았다. 연천군의 유일한 민통선 마을인 중면 횡산리 주민들도 민통선 밖으로 나와 중면 행정복지센터에서 투표했다.

투표에 나선 연령대도 만 18세 청소년부터 118세 어르신까지 다양했다. 강원도 춘천시의 한 투표소에서 처음으로 한 표를 행사한 최모(18)양은 “친구들과 투표 인증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선거 연령이 낮아진 뒤 열린 첫 지방선거다.

서울 광진구의 한 자동차대리점에 차려진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옥천의 최고령 어르신인 118세 이용금 할머니도 한 표를 행사했다. 이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한다면 투표는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소에선 유권자들 사이에 혼선도 발생했다. 1·2차에 걸쳐 이뤄지는 투표 방식, 최대 7장의 투표용지, 사퇴 후보 유무, 무투표가 확정된 선거구의 투표용지 미지급 등 다양한 요인이 유권자들의 혼동을 불러온 것이다.

경북 포항에선 투표사무원 실수로 유권자 100여명이 기초의원 비례대표 투표를 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포항시 북구 장량동 제4투표소에서 투표사무원이 유권자에게 기초의원 비례대표 용지를 뺀 채 나머지 용지만 나눠줬다. 이 때문에 유권자 115명은 총 6장의 투표용지 가운데 5장만 받아서 투표했다.

이 선거구에서는 도의원 후보가 1명만 출마해 무투표 당선돼 투표 대상이 아니다. 포항시북구선관위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115명에게 연락해 기초의원 비례대표 투표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재구 안창한 기자, 전국종합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