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철폐’ 尹 기조에… 금융 계열사 정보공유 숙원 푸나

입력 2022-06-02 04:11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규제 철폐’를 강조하면서 금융그룹들의 규제 완화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융지주사 계열사 간 고객 정보 공유를 제한한 규제까지 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일 금융지주회사법 등에 따르면 은행·증권·카드 등 금융지주 계열사들은 고객의 사전 동의 없이 정보를 공유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없다. ‘고객에게 상품·서비스를 소개하거나 구매를 권유하는 업무가 아닌 경우’에 한해 금융계열사 간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금융지주사들은 “그룹 내 빅데이터를 원활하게 공유해 활용할 수 있어야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디지털 금융 시대에 발맞춘 상품·서비스 개발을 위해선 정보 공유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우호적인 분위기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한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지난 정부에서 과도한 규제와 개입이 있었다”면서 낡은 규제와 감독·검사 관행을 쇄신할 것을 약속했다.

추 부총리는 “불필요하고 과도한 금융 규제는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업권의 요구를 잘 알고 있는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금융위원장에 내정된 후 금융권의 규제 해소 기대감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금융계열사 간 정보공유 규제를 섣불리 없애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2014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3개 카드사의 개인정보 약 1억 건이 외부 파견 직원을 통해 유출됐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의 정보 공유 규제는 이 사태 직후 마련됐다. 금융위는 신용위험 관리, 고객 분석 등 경영 관리를 위한 목적에 한해 금융계열사 간 고객 정보 공유가 가능하도록 했다. 과거 느슨한 규제로 인한 책임론에 휩싸였던 금융당국이 이제 와서 확실한 제동 장치 없이 규제를 없애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더욱이 금융위는 금융지주사들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일부 규제를 완화해 왔다. 금융계열사 간 1개월 내 이뤄지는 정보 공유 등에 대한 고객정보관리인의 사전승인 의무도 분기별 사후 점검으로 완화했다.

개인정보 활용 여부와 범위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은 확실히 보장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 정보를 마케팅에 활용할지 여부에 대해선 금융소비자들이 사전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보 공유 규제를 완전히 없애는 대신 금융지주회사감독 규정이나 시행령을 고쳐 정보 공유·관리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외에도 금융회사의 비금융회사 출자 제한이나 비금융회사 진출 규제 등에 대해선 금융권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분야별 규제 혁신 방안을 검토 중인 단계”라며 “규제 혁신 범위는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에야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