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애프터 양’을 연출한 코고나다(사진) 감독이 1일 오전 국내 취재진과 화상인터뷰를 갖고 “아시아인 이민자로서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며 두 작품의 연출 의도를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은 아시아인의 정체성을 다룬 작품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 고국을 떠난 재일교포 이야기다. ‘애프터 양’엔 중국인 딸을 입양한 미국 가정에서 딸의 정체성을 지켜주기 위해 중국인으로 설정된 안드로이드 로봇 양과 함께 지내게 하는 설정이 등장한다.
코고나다 감독은 “양은 아시아인으로 만들어졌지만 진짜 아시아인은 아니다. 미국 내 아시아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부분”이라며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한국인으로서 유기적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아시아 밖의 아시아인은 아시아인에 대한 시각에 나를 구겨넣어야 한다는 느낌까지 받는다”고 이야기했다.
‘파친코’는 남다른 작품이다. 그는 “‘파친코’를 통해 한국인과 작업한 경험은 특별하고 소중하다”면서 “모국인 한국과 작품할 수 있어 기뻤다. 그게 얼마나 의미 있는지는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한국 문화가 세계적 트렌드로 주목받는 데 대해선 “지나가는 트렌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인이 세계를 바라보고 경험하는 방식, 한국인의 감수성이 K컬처를 통해 전달된다”며 “전 세계는 한국적인 것을 소비함으로서 많은 걸 얻을 수 있고 존재론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이 투쟁하고 극복한 것들, 기쁨이나 슬픔 또는 가족에 대한 감정 등이 그것”이라고 부연했다.
코고나다 감독은 봉준호 홍상수 박찬욱 등 한국의 거장들을 좋아하지만, 최근엔 한국 드라마를 재밌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흥미롭게 봤다. 한국 드라마는 일상에 대한 엄청난 감수성을 갖고 있다”며 “공간과 시간의 여백,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잘 잡아내면서 지루하지 않게 몰입하도록 작품을 만드는 건 한국 드라마의 독특성”이라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