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번연의 기도를 배울 수만 있다면

입력 2022-06-03 03:04

청교도의 황태자이자 탁월한 신학자였던 존 오웬 영국 옥스퍼드대 학장은 당시 찰스 왕에게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도대체 왜 땜장이 번연과 어울리느냐.” 오웬은 주저 없이 답합니다. “제가 번연의 상상력을 살 수만 있다면 저의 모든 학식을 기꺼이 버리겠습니다.”

‘존 번연의 기도’는 성경적이요 체험적인 기도입니다. 번연은 참된 기도를 “진실하게 온 감각과 감정을 다 해 하나님께 영혼을 쏟아내며 성령님의 도우심으로 하나님 약속의 말씀을 따라 하는 것”으로 정의합니다. 번연은 심지어 “성경과 무관한 기도는 신성모독이거나 헛된 지껄임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욕심과 탐욕을 채우는 기도가 아니라 철저하게 그리스도의 교회가 평안하기를 목적으로 했습니다. 번연은 영으로 기도하고 마음으로 기도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성경 본문을 통해 설명합니다. 번연은 성경의 사람답게 기도 역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으로 해설합니다.

번연의 기도는 형식을 거부합니다. 그의 기도는 당시 만연했던 국교회의 ‘공동기도서’(Book of Common Prayer)를 낭독하는 형식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번연에게 그런 기도는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능력은 부인하는 종교적 행위였습니다. 그렇기에 번연은 마음과 영으로 온 감각과 감정을 쏟아 하나님께 영혼을 토로했습니다. 번연은 당장 응답이 없어도 주를 붙잡고 매달리며 끊임없이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번연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이 계속 기도하며 하늘 문을 두드리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임을 알았습니다. 하나님이 은혜를 베푸시는 대상은 건강한 자가 아니라 병든 자요, 의인이 아니라 죄인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약속의 말씀을 붙잡고 계속 기도할 수 있었습니다.

번연은 기도를 통해 자신에게 닥친 시련과 고난을 이겨나가는 기도의 사람이었습니다. 12년 6개월 감옥에서의 시간은 그에게 기도의 학교로 작용했습니다. 번연은 불굴의 기도로 고난을 이겨냈고 시련을 극복했습니다. 번연에게 기도란 그저 몇 마디 말을 중얼거리는 것이 아니라, 온 영혼과 마음과 감정을 다 해 자신을 올려 드리는 제사의 행위였습니다. 번연에게 기도란 자신의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그리스도와 교통하지 못하고 일어나 돌아서느니, 차라리 말 그대로 지쳐 쓰러지는 편을 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기도 때문에 그는 생의 수많은 의심과 걱정과 마음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었고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신 길을 잘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번연의 발밑에서 그의 기도를 배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그렇게 기도할 수 있다면 저 역시 제가 가진 모든 책과 학식을 기꺼이 버릴 것입니다.

신호섭 올곧은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