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경남 밀양시 부북면 춘화리에서 산불이 발생해 소방당국이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하고 진화에 총력전을 펼쳤다. 밀양시 일대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대기가 메마른 데다 때마침 강한 바람이 불면서 소방당국은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불은 오전 9시25분쯤 화산 중턱에서 발생했다. 바람이 북쪽으로 불어 산불이 산 아래쪽보다는 정상 쪽으로 확산했다. 산불 현장 야산 아래에는 화산마을 용포마을 등 민가와 축사, 춘화농공단지가 있다. 산림청은 ‘산불 3단계’를 발령하고, 인근 100여 가구 주민 476명과 인근 요양병원 228명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민가 확산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현장지휘본부 브리핑에서 오후 6시 기준 진화율은 16%, 피해 면적은 187㏊라고 설명했다. 그는 “순간풍속 초속 11m의 강한 바람과 연무 등으로 진화에 어려움이 있다”며 “하지만 다양한 담수지가 가까이 위치하고 공중과 지상에서 입체적으로 진화해 바람만 잦아지면 주불 진화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늦어도 1일 오전까지는 진화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산불 인근에 있는 밀양구치소의 재소자들도 인근 교도소로 긴급 이송됐다.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재소자 391명은 최근 건설된 대구 달성군 대구교도소로 이송됐다. 밀양구치소는 화재 발원지에서 2∼3㎞가량 떨어져 있으나 불이 급격히 확산하며 구치소 인근까지 번져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재소자 이송을 결정했다. 구치소 측은 버스 15대에 재소자들을 태워 오후 3시쯤 대구교도소로 출발했다.
5월 말 발생한 산불은 잎에서 연기가 많이 발생해 진화가 어렵다. 이 시기는 겨울에 비해 무성한 나뭇잎이 불완전 연소하면서 연기가 더 많이 발생한다. 특히 소나무 같은 침엽수가 대부분인 점도 진화작업을 어렵게 한다.
이날 밀양은 건조특보가 내려진 데다 오전에는 돌풍에 가까운 강한 바람이 불었다. 올 5월 밀양 강수량은 평년의 106.7㎜에 훨씬 못 미치는 3.3㎜다.
밀양=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