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월세 높아진 금리 팍팍한 가계

입력 2022-06-01 04:10
31일 서울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전월세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처음으로 전세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 가격이 급등한 데다 금리 인상으로 목돈이 드는 전세 계약을 기피하는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금리도 고공행진하면서 갈수록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31일 발표한 ‘4월 주택 통계’를 보면 전국 전월세 거래는 총 25만8318건으로 이 중 월세가 13만295건(50.4%)으로 조사됐다. 월세 비중이 전세를 넘어선 것은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월세 비중이 늘어난 배경에는 전셋값 인상과 금리 인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꼽힌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싸지면서 임차인들의 월세 선호도가 높아졌고, 보유세 부담을 월세로 충당하려는 임대인 수요가 맞물렸다는 평가다.


월세 가격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25만4000원에 달했다. 전국 평균도 81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4%대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지출이 커진 데다 월세까지 오르면서 가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4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4.05%였다. 2014년 3월(4.09%)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가계대출 금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3.84%에서 3.90%로 0.06% 포인트 올랐다. 2013년 3월(3.97%) 이후 9년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5.46%에서 5.62%로 0.16% 포인트 급등했다.

연말까지 가계대출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거비 부담을 줄여줄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월세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주거비 부담이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며 “월세 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실질적으로 임차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김경택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