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 중앙동의 롯데백화점 광복점(사진)과 아쿠아몰, 엔터테인먼트 등이 6월 1일부터 영업을 중단한다. 애초 롯데그룹은 이곳에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고 약속했지만, 20년이 넘도록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부산시가 롯데백화점 등에 대한 임시사용승인 연장을 불허하기로 하면서 벌어진 사태다.
이에 따라 이들 시설에 입점한 800여개 점포가 무기한 문을 닫게 되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3000여명의 생계가 위협받게 됐다.
부산시는 31일 종료되는 롯데백화점 광복점 건물과 아쿠아몰, 엔터테인먼트 등 3개 동의 임시사용승인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롯데그룹은 옛 부산시청 터를 1996년 매입하면서 107층(높이 464m)짜리 초고층 타워 동과 함께 백화점, 아쿠아몰, 엔터테인먼트동 등을 짓겠다며 건축 허가를 받았다.
이후 롯데백화점 광복점(2009년), 아쿠아몰(2010년), 마트(2014년) 등을 먼저 지은 뒤 임시사용승인을 받아 영업을 시작했지만, 정작 타워 건축 사업은 장기간 표류해 왔다. 이에 따라 롯데는 매년 임시사용승인을 신청하고, 부산시가 이를 연장해주는 방식으로 13년째 백화점 영업을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부산시가 지난 1월 “롯데 측이 롯데타워 건립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임시사용 승인을 더 용인하지 않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지난 26일 부산 롯데타워 건립 사업이 2차 경관심의위원회에서 ‘조건부 의결’ 결정이 나면서 승인 연장에 대한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시가 최종적으로 승인 연장 불허 결정을 내리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부산시는 롯데쇼핑 측의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사업 추진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봤다.
롯데쇼핑 측은 10월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1월 설계 변경에 따른 건축허가를 신청하고 2026년 말까지 롯데타워 건립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 관계자는 “부산시에 롯데타워 건립에 대한 진정성을 재차 확인시켜 백화점 등의 영업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