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생산’ ‘소비’ ‘투자’가 26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기록하면서 경기 회복에 적신호가 켜졌다. 경기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반등을 노리던 한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통계청은 4월 전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고 31일 밝혔다. 소매판매(-0.2%)와 설비투자(-7.5%)도 감소세를 기록했다. 산업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 가늠하는 3대 지표가 동시에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전산업생산의 경우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광공업 영향이 반영됐다. 반도체와 식품 생산이 고전을 면치 못한 점이 컸다. 반도체는 중국의 봉쇄 조치가 시행된 후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급감하면서 생산이 전월 대비 3.5% 감소했다. 전월 대비 4.5% 생산이 감소한 식품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며 가정 내 식자재 수요가 줄어든 점이 영향을 줬다.
다만 영업시간 및 사적 모임 인원 제한 해제 영향으로 서비스업 생산은 소폭(1.4%) 증가했다. 숙박·음식점(11.5%), 협회·수리·개인(8.7%) 등에서 생산이 늘어난 점이 반영됐다. 협회·수리·개인에는 미용실, 목욕탕, 예식장, 장례식장 등 대면 서비스업종이 포함돼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영향이 서비스업에는 호재가 됐지만 소비 증대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소매판매액이 전월보다 감소한 이유로는 의약품, 화장품,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소비가 줄어든 점이 꼽힌다. 통계청은 지난 3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증가했던 의약품 소비가 4월부터 감소하면서 비내구재 소비가 3.4%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3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간 설비투자에도 반도체 영향이 반영됐다.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장비 부품 도입에 차질이 빚어지자 설비 증설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여러 지수도 암울한 지표를 이어가고 있다. 4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3% 포인트 하락하며 10개월째 내리막길을 탔다. 현재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지난 3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저성장 상태에서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징조가 더욱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 전환점 발생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커졌다. 다만 방역 조치 해제, 추경 집행 등 긍정적 요인이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