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들어 7차례… 대외활동 보폭 넓히는 이재용 부회장

입력 2022-06-01 04:0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2022 삼성 호암상’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호암상 시상식 참석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년 만에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5월 들어 대외 활동이 잦아지면서 경영 전면에서 ‘본격적인 역할’에 나선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5월 들어 7차례 대외 활동에 나섰다.

이 부회장은 31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모습을 보였다. 2016년 이후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참석 소감 등을 묻는 기자들에게 답하지 않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 10여명도 시상식에 참석했다.

공식 대외활동을 자제해왔던 이 부회장이 삼성 내부행사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삼성호암상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이병철 선대 회장의 ‘인재 제일’ 정신을 기리며 1990년 만들었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크에 따른 경영 활동 제약, 글로벌 산업 재편 가속화,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복합위기 상황에서도 수상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6년 만에 자리를 했다. 선대의 ‘인재제일’ 철학을 계승·발전시켜 국가 발전에 더욱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5월 들어 이 부회장의 대외 행보는 활발하다. 지난 10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시작으로 세이크 할리파 빈 자에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 조문(5월 17일),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 방문(5월 20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찬(5월 21일),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5월 25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와의 만남(5월 30일)이 있었다.

이 부회장의 움직임은 새 정부에서 강조하는 ‘민간이 주도하는 성장’과 무관치 않다. 우선, 정부에서 기업의 적극적 투자와 고용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삼성도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화답의 의미를 갖는다. 삼성그룹은 최근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대규모 설비투자, 인수·합병(M&A) 같은 굵직한 경영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전면에 나선다는 상징성도 갖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당분간 해외를 오가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는 건 쉽지 않은 전망이다. 매주 재판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간 해외 출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당장 오는 7월에 열리는 ‘앨런&코 컨퍼런스’에 올해도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 밸리 콘퍼런스’로도 불리는 이 행사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설립자,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등이 총출동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면서 투자와 M&A 동향을 살피기에 더 없이 좋은 자리다. 이 부회장은 2002년부터 거의 매년 빠지지 않고 행사에 ‘개근’했었다. 2017년부터는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황인호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