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신한은행, 새마을금고에서 크고 작은 횡령 사고가 터지자 은행들이 ‘시재금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일부 은행은 각 지점 직원들이 관리하는 금고의 최대 시재금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31일 “최근 일부 지점에서 각 행원이 관리하는 시재금 한도를 많게는 절반가량 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 직원들은 업무를 마친 뒤 자신의 창구에서 거래 중 발생한 현금을 금고에 넣어 보관한다. 이 돈이 시재금이다. 직원들은 일일 결산 과정에서 해당 금고에 얼마가 있는지를 전산 시스템에 입력한다. 그날 은행에 들어왔어야 하는 돈과 실제 금고에 있는 돈의 액수가 같은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전산상으로는 금고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금고는 비어있을 수 있다. 가령 전산상에는 1000만원이 시재금으로 있는 것처럼 입력해놓고 실제로는 500만원만 넣어둔 채 나머지 500만원은 직원이 일시적으로 유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각 지점의 부지점장 등 관리직은 시재금 횡령을 막기 위해 전산상 금액과 실제 시재금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도록 돼 있지만 일부 지점에서는 이 업무가 소홀히 진행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일부 행원이 이런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급전이 필요할 때 시재금을 빼돌려 사용하고 며칠 뒤 다시 채워넣는 ‘소박한 횡령’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열심히 감시시스템을 가동해도 모든 직원의 금고를 24시간 모니터링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은행들은 작은 위험 요소라도 처음부터 차단하기 위해 최대 시재금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인당 관리할 수 있는 최대 시재금을 줄이면 횡령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금액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