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지우고 모바일 스럽게… 홈쇼핑업계 ‘개명 바람’

입력 2022-06-01 04:09
정기호 KT알파 대표이사(오른쪽 여섯 번째)와 K쇼핑 임직원이 지난 25일 서울 양천구 K쇼핑 미디어센터에서 ‘뉴 브랜드 선포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T알파 제공

TV홈쇼핑 업체들이 잇따라 이름을 바꾸고 있다. 이름에서 TV라는 단어를 들어낸 곳도 나왔다. 사업의 중심축을 TV에서 모바일로 옮기며 ‘제2 개국’에 나선다. 시청률 감소, 송출 수수료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엔진을 확보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KT알파가 운영하는 T커머스 채널 K쇼핑은 개국 10주년을 맞아 1일부터 ‘KT알파 쇼핑’으로 브랜드명을 변경한다. 브랜드명을 기업명과 연계해 KT그룹의 대표 디지털 커머스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KT알파 관계자는 “제2의 개국을 한다는 각오로 브랜드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TV와 모바일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명에서 아예 ‘TV’를 뺀 홈쇼핑도 있다. 신세계그룹의 T커머스 채널 신세계TV쇼핑은 6월에 ‘신세계라이브쇼핑’으로 사명을 바꾼다. 이미 지난 1월 법인명을 변경하는 등기 절차를 마쳤다.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재편하는 유통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CJ ENM은 지난해 5월 TV홈쇼핑(CJ오쇼핑), 인터넷쇼핑몰(CJmall), T커머스(CJ오쇼핑 플러스)의 각 명칭을 ‘CJ온스타일’로 통합하고 모바일과 TV 사이의 채널 경계를 허물었다.

변화의 이면에는 모바일이 있다. 최근 홈쇼핑 사업의 중심축은 TV에서 ‘보조수단’으로 여겨지던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TV홈쇼핑 7개사(GS, CJ, 현대, NS, 롯데, 공영, 홈앤쇼핑)와 T커머스 5개사(KTH, SK스토아, 신세계TV쇼핑, 더블유쇼핑, 쇼핑엔티)의 매출에서 방송사업 비중은 2015년 66.0%에서 2020년 54.5%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온라인몰, 모바일 쇼핑 등의 기타사업 비중은 34.0%에서 45.5%로 증가했다.

소비자의 TV 의존도는 낮아지는데, 송출 수수료는 치솟는 상황도 변화를 재촉한다.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 사업자가 IPTV 등의 유료방송사업자에 지급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황금채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TV홈쇼핑과 T커머스 업체가 부담한 송출 수수료는 2016년 1조2535억원에서 2020년 2조234억원으로 뛰었다. 전체 방송매출액(3조8108억)의 53.1%를 차지하는 규모다.

홈쇼핑 업계는 신사업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의 포털업체는 물론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이커머스 업체와도 경쟁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 롯데홈쇼핑은 홈쇼핑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미디어 커머스’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가상인간 ‘루시’를 개발하고, 유통업계 최초로 대체불가능 토큰(NFT) 마켓플레이스 ‘NFT SHOP’을 오픈하는 등 디지털 콘텐츠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지난 24일 창립 21주년 행사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미디어커머스, 디지털 사업 등 100년 기업으로 지속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탈 홈쇼핑’ 회사로의 도약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