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외부결제를 유도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한다고 예고한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사실상 구글의 강제 조치가 시행되면서 콘텐츠 업체들은 최대 30%의 수수료를 ‘통행세’처럼 내야 한다. 콘텐츠 업계는 구글의 일방적 행보를 비판하는 동시에 규제 당국이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구글은 1일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외부 결제용 아웃링크를 넣은 앱을 삭제할 예정이다. 구글은 최대 30%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인앱결제를 사용하거나, 인앱결제 내 제3자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최대 26%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을 택하도록 했다. 이용자가 구글이나 애플의 앱 마켓 플랫폼 계정에 등록한 결제수단으로 이뤄지는 게 인앱결제다.
콘텐츠 업체들은 그간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안드로이드용 앱을 배포하면서 앱 안에 별도 웹페이지 등의 외부 결제시스템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걸어왔다. 구글 측에 수수료를 내지 않기 위한 일종의 우회로다. 하지만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준수하지 않는 앱을 삭제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콘텐츠 업체들은 아웃링크 방식을 고집하기 어려워졌다.
인앱결제 정책에 따라 수수료 부담을 떠안은 콘텐츠 업체들은 잇따라 이용료를 올리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웹툰 안드로이드 앱 결제를 위한 쿠키 가격을 20%, 카카오웹툰도 결제용 캐시 가격을 20% 인상했다. 웨이브·시즌·티빙 등의 국내 OTT들도 안드로이드 앱 이용자의 이용권 금액을 15%가량 올렸다. 인앱결제가 아닌 PC나 모바일 웹결제 등을 이용하면 기존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인앱결제 강제에 따른 ‘가격인상 연쇄효과’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로 올해 비(非)게임 콘텐츠 개발사가 구글에 낼 수수료는 연간 833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구글이 올해 한국에서만 4100억원 가량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소비자가 추가로 부담하는 금액은 연간 약 2300억원으로 추정된다.
상황이 이렇지만, 규제 당국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적극적 제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방침에 위법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구글·애플·원스토어 등을 대상으로 실태를 점검하고, 위법사실을 확인하면 사실조사로 전환해 제재할 방침이다. 다만 지난 4월 13일에 문을 연 앱 마켓 부당행위 피해사례 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구글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한 1건에 불과하다. 미디어 및 콘텐츠 앱 개발사의 신고 건수가 전무해 방통위가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콘텐츠 업계에선 구글과 방통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웹툰협회는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콘텐츠 이용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고, 창작자들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방통위는 업계 규범 타령만 늘어놓으며 적극적인 역할을 방기했다. 문제 해결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