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발 김포공항 이전 논란, 막판 선거판세 ‘요동’

입력 2022-05-31 00:05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국회에서 김포공항 이전 공약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송 후보는 ‘제주도민과의 합의’를 전제로 “김포공항을 이전해 (인근 부지를) 제2의 판교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사진기자단

6·1 지방선거 막판에 터진 이재명발 ‘김포공항 이전’ 논란으로 선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을 선거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열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제주 선거가 논란 덕분에 “해볼 만하게 됐다”는 분위기다. 김포공항을 이전할 경우 불편을 겪게 되는 일부 수도권 지역의 선거 판세도 유리하게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인천·서울 선거 승리를 위한 ‘마지막 승부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마땅한 대안 없이 ‘메가 이슈’를 선거 막판에 던진 점이 메시지 혼선과 함께 자칫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주 지역 선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박빙 열세였던 제주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판세가 유리하게 돌아섰고, 여론조사상 10% 포인트 이상 뒤지던 제주시장 선거도 막판 추격이 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여파가 제주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서울·경기 유권자들의 불만이 민주당에 대한 비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 허향진 제주시장 후보가 이날 김포공항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 후보는 “김포공항은 2600만 수도권 주민이 가장 가깝게 이용하는 공항”이라며 “(김포공항이 없어지면) 경기도민은 어디를 이용해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이 민주당 선거를 총지휘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의 발을 묶어버리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 한 재선 의원은 “김포공항 이전으로 피해를 볼 지역이 더 많다”며 “이 후보가 인천과 서울 서부 일부지역 외에는 막판 지원 유세를 나설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일단 서울·인천 표심은 확실하게 잡고 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와 함께 김포공항 이전을 공약으로 내건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김포공항 부지의 신도시 개발로 서울 주택난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본다. 또 강서 지역 개발 기대감을 띄워 역전 홈런을 노려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 후보 역시 김포공항 이전으로 인천 계양 지역의 숙원이던 고도제한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MBC 라디오에서 “중앙당 차원의 공약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조응천 비대위원도 “(대선 때) 여러 가지로 분석해 안 된다고 얘기했다”며 “현재 인천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국내선을 처리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당내 의견을 종합하지 않고 메가 이슈를 던지다 보니 안팎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라며 “인천 선거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전국 선거에는 분명히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현수 최승욱 강보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