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보유세, OECD보다 낮다” 진단에도… 선거 직전 더 내렸다

입력 2022-05-31 04:06
정부가 1가구 1주택 보유자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밝힌 30일 한 시민이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시내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민생 대책의 일환으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한다. 올해 보유세 산정에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낮춰 주택 소유자의 세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부동산 보유세 부담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선거 직전 표심을 노린 정책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는 30일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서 “최근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실수요자 부담 완화 차원에서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와 종부세를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재산세와 종부세 산정 시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한다. 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기로 해놓고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건 이미 지난해부터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율을 0.05% 포인트 인하하는 특례가 시행돼 왔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1가구 1주택자의 약 91%는 올해 재산세 부담이 2020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종부세 산정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인하한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가 처음 도입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공시가격의 80%였지만, 2019년부터 해마다 5% 포인트씩 올려 올해는 100%에 이른 상태다. 다만 구체적인 인하 폭은 확정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11월 종부세 고지서 발송에 문제가 없도록 8월 말까지 인하 폭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보유세 완화 방안 발표 직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국토연구원은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보다 낮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두 기관은 지난 26일 ‘국제사회의 부동산 보유세 논의 방향과 거시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2019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이 0.93%로 1.06%인 OECD 국가 평균보다 낮다고 밝혔다. 분모를 GDP 대신 민간부동산자산 총액으로 바꿔도 민간 부동산자산 총액 대비 부동산 보유세액을 나타내는 보유세 실효세율은 0.17%로 OECD 15개국 평균(0.30%)보다 낮다.


보고서가 2019년 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2020년 이후 집값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OECD에 따르면 2020년 잠정치 기준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1.0% 수준으로 일본(2.0%) 프랑스(2.4%) 미국(2.8%) 영국(3.0%) 캐나다(3.3%)보다 여전히 낮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시장가액비율 인하 폭을 확정하지 않고 세 부담 완화 방침부터 발표한 건 당장의 지방선거를 겨냥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오히려 한국의 부동산 거래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거래세와 관련해선 투기로 보기 어려운 ‘일시적 2주택자’(이사하려는 집을 매입했지만 기존 집이 안 팔려서 2주택자가 된 경우)에 대한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기간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늘리기로 했다. 기존에는 신규 주택 취득 후 1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못 팔면 다주택자로 간주해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를 적용받았지만 지난 10일 거래분부터는 2년 내에만 기존 주택을 팔면 취득세·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