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인텔, 파운드리 협력 강화하나

입력 2022-05-31 04:0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설에 앞서 인사말하고 있다. 뉴시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 인텔이 협력을 강화한다. 특히, 대만의 TSMC를 추격해야 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30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이 배석했다. 두 회사의 협력 범위가 여러 분야에 걸쳐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는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PC 및 모바일 등에서 손을 잡고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에서 협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1위에 오르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에 속도를 붙이는 중이다. 인텔도 지난해에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했었다.

당장 두 회사는 경쟁 관계에 있지만, 서로 손을 잡을 여지도 있다. 겔싱어 CEO는 “특정 기술과 제품에 대한 외부 파운드리 사용을 더 늘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었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주력 제품인 중앙처리장치(CPU)를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 제품의 생산을 삼성전자 등의 외부 업체에 맡길 것으로 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10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을 보유한 삼성전자나 TSMC와의 협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최고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과 겔싱어 CEO가 만난 만큼 협업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의 경제동맹을 강화하고 있어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경쟁자이면서도 동반자이기도 한 복잡한 비지니스 관계가 얽혀 있다”면서 “두 회사의 협력은 반도체 공급난 해소와 차세대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