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투약·시신 유기’ 전직 의사 구제

입력 2022-05-31 04:05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지인에게 수면유도제 등을 불법 투여했다가 숨지자 그 시신까지 유기해 실형을 선고받았던 의사에게 면허를 재발급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전직 산부인과 전문의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취소된 의사 면허를 재교부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2년 7월 서울 강남구에 있는 자신의 진료실에서 “잠을 편히 푹 잘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지인 B씨의 요청을 받고 향정신성 의약품인 미다졸람과 수술용 전신마취제 베카론 등을 무분별하게 섞어 투여했다. B씨는 약물부작용에 따른 호흡정지로 숨졌다.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발각돼 병원과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A씨는 B씨의 차량에 시신을 실은 뒤 서울 서초구의 한 공원에 차량을 버렸다. 이 사건으로 A씨는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살았으며, 복지부는 그의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2017년 8월 다시 의사면허 교부 신청을 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면허 취소로) 감당해야 하는 불이익이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개전의 정이 뚜렷하고,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또 “A씨는 형사재판 과정에서 유족에게 2억5000만원을 공탁하고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금으로 3000만원을 지급했다”며 “지난 10년간 의료기기 판매업,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등 많은 직업을 전전하며 후회와 참회의 시간을 보냈다”고도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