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30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서민들의 고물가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내놨다. 15년 만의 두 달 연속 기준금리 인상 등 속도를 높인 한국은행 통화 긴축이 경제 침체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완충 정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먹을거리와 생계비, 주거 등 3대 민생 분야를 주 타깃으로 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다. 이 가운데 돼지고기 식용유 커피 등 주요 수입품의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수입 비용을 경감시키고, 사상 처음 김치 장류 등 개별 포장 가공 식료품에 부가세를 면제키로 한 것이 눈에 띈다. 30년 만의 고물가의 주원인이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외부요인에 있는 만큼 세금이라도 깎아 생산자 단계 원가 절감이 밥상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부 의도대로 될지 의문이다. 정부는 부가세 등의 면제로 세금 수입이 6000억원가량 줄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포인트 내리는 효과가 있다고 추산했다. 지난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코로나 손실보상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을 0.1%포인트로 제시했는데 이를 겨우 상쇄할 뿐이다. 가공 식품의 경우 원재료뿐 아니라 인건비도 크게 올라 세금 인하 폭만큼 소비자가격 인하가 이뤄질지도 알 수 없다. 기업 배만 불리고 서민 물가는 잡지 못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가세만 해도 수입물가 상승 등에 힘입어 올해 1분기 4조5000억원이나 거두어 들인 것과 비교할 때 세금 6000억원 감면은 너무 인색하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에 당초보다 2조6000억원 늘린 39조원이나 책정한 것에 비하면 가장 시급한 물가안정책으로는 생색내기 수준도 안 된다. 이번 추경이 지방선거용으로 의심받는 이유다. 정부는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금 살포 성격의 긴급생활안정지원금 등 2조2000억원 상당의 복지지원책을 보면 발생하지도 않은 올해 초과 세수로 미리 돈잔치를 벌이는 것 같아 더 우려스럽다. 그러잖아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사태로 건강보험 재정이 올 4월말 현재 1조7000억원 적자로 돌아서고 보건복지부 예산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은 것은 방만한 재정 운용에 대한 경고 사인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인구 고령화 속도 세계 1위로 사회보장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민생대책은 물가상승만 부채질할 뿐이다. 이제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 방안 마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설] 민생대책 필요하지만 부작용과 실효성도 따져야
입력 2022-05-3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