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10곳 중 8곳 ‘여성 상임 임원’ 단 한 명도 없다

입력 2022-05-30 04:03

공공기관 10곳 중 8곳에 상임이사 이상 여성 임원이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이사 할당제’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까지 2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법을 적용받는 공기업 대부분은 여성 사외이사를 두는 식으로 법을 피해가고 있다.

29일 국민일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분석한 결과, 2022년 1분기 기준 355곳의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중 여성 상임 임원이 있는 곳은 14.6%(5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85.4%(303곳)는 여성 임원이 1명도 없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여성 임원 비율(31.9%)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여성 임원의 분야별 편중도 두드러졌다. 발전 공기업 5곳(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공사 등 에너지 분야에 근무 중인 여성 임원은 없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 ‘여성’이 기관 이름에 들어있거나 아동권리보장원, 육아정책연구소 등 돌봄 관련 기관에 여성 임원이 다수 근무하고 있다.

연봉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여성 상임 임원의 평균 연봉은 1억3191만원인 반면 남성 상임 임원 평균 연봉은 1억4296만원이었다. 남성이 여성보다 7.7%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남성과 여성 임원의 양적 균형을 위한 제도가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오는 8월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 이사를 할당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여성 이사 할당제’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은 시장형 공기업 36곳이다. 이 중 현재 여성 상임이사가 선임된 곳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2곳에 불과하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은 여성 비상임이사(사외이사)를 외부에서 선임해 법에 명시된 조건을 충족시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성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시행돼 외부 인사가 유입됐다”며 “제도가 완전히 정착된 후에는 내부에서 여성 임원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남녀 간 격차를 줄이는 제도가 등장하는 추세다. 프랑스가 2019년 도입한 ‘남녀평등지침’은 남녀 근무자 간 기본임금, 육아휴직 후 임금상승률 등의 지표를 비교해 그 차이를 100점 만점으로 수치화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남녀의 회사 생활에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75점 이하 기업이 3년 안에 점수를 올리지 못하면 근로자 전체 임금의 1%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부장급, 이사급 등 소위 말하는 고위직 근무자들은 여전히 남성이 다수”라며 “여성 임직원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글로벌 기준에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