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남우주연상에 첫 2관왕… K-무비, 세계무대 중심에 서다

입력 2022-05-30 04:05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각각 수상한 배우 송강호(왼쪽)와 박찬욱 영화감독이 28일(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송강호의 수상은 한국배우 최초, 아시아 배우 세 번째다. 로이터연합뉴스

송강호가 영화 ‘브로커’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배우로는 최초이고 아시아 배우로는 세 번째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아 한국영화 두 편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동시 수상하는 첫 기록도 세웠다.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28일(현지시간)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송강호는 수상자로 호명되자 양옆에 앉은 ‘브로커’의 배우 강동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포옹했다. 무대로 걸어가는 길엔 박 감독과 배우 박해일이 달려와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시간)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로피를 받아든 송강호는 프랑스어로 “메르시 보쿠(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씨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며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 배우가 칸영화제 연기상을 받은 것은 ‘밀양’(2007)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이 유일하다. 아시아 배우의 남우주연상 수상도 ‘화양연화’(2000)의 량차오웨이(양조위) ‘아무도 모른다’(2007)의 야기라 유야 2명뿐이다.

박 감독은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은 이후 한국영화 사상 두 번째 감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박 감독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올드보이’(2004)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레드카펫을 밟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짓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박 감독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할 수 있었다. 영화도 극장의 손님이 끊어지는 시대를 겪었지만 그만큼 극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경험하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미경 CJ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 등 많은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무엇보다 박해일 탕웨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칸영화제의 문을 처음 두드린 지 38년 만에 세계영화계의 주류로 부상했다. 뛰어난 감독과 배우들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품을 세계 무대에 꾸준히 선보인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가 이번 칸영화제의 성취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칸영화제가 박 감독을 주목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올해 수상이 놀랄 일은 아니다”며 “콘텐츠 제작자로서 한국의 강점이 맨파워임을 입증했다. 우리나라 감독과 배우들이 글로벌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하게 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이 수상했다.

임세정 최예슬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