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가 영화 ‘브로커’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배우로는 최초이고 아시아 배우로는 세 번째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아 한국영화 두 편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동시 수상하는 첫 기록도 세웠다.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28일(현지시간)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송강호는 수상자로 호명되자 양옆에 앉은 ‘브로커’의 배우 강동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포옹했다. 무대로 걸어가는 길엔 박 감독과 배우 박해일이 달려와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트로피를 받아든 송강호는 프랑스어로 “메르시 보쿠(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이어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씨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며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아 기쁘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 배우가 칸영화제 연기상을 받은 것은 ‘밀양’(2007)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이 유일하다. 아시아 배우의 남우주연상 수상도 ‘화양연화’(2000)의 량차오웨이(양조위) ‘아무도 모른다’(2007)의 야기라 유야 2명뿐이다.
박 감독은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은 이후 한국영화 사상 두 번째 감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박 감독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올드보이’(2004)로 심사위원대상을,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박 감독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할 수 있었다. 영화도 극장의 손님이 끊어지는 시대를 겪었지만 그만큼 극장이 얼마나 소중한지 경험하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미경 CJ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 등 많은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무엇보다 박해일 탕웨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는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칸영화제의 문을 처음 두드린 지 38년 만에 세계영화계의 주류로 부상했다. 뛰어난 감독과 배우들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작품을 세계 무대에 꾸준히 선보인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가 이번 칸영화제의 성취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칸영화제가 박 감독을 주목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올해 수상이 놀랄 일은 아니다”며 “콘텐츠 제작자로서 한국의 강점이 맨파워임을 입증했다. 우리나라 감독과 배우들이 글로벌 프로젝트에 많이 참여하게 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이 수상했다.
임세정 최예슬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