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는 세계 최고의 배우… 칸 수상 놀랍지 않아”

입력 2022-05-30 04:05
영화 ‘브로커’에서 송강호가 빚에 시달리며 세탁소를 운영하는 상현을 연기하고 있다. 영화사 집 제공

배우 송강호는 28일(현지시간)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세계 최고의 배우임을 증명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로 칸영화제에 7번째 도전해 얻은 값진 결과다.

송강호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강력한 남우주연상 수상 후보로 예상됐다. ‘괴물’(2006)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 등의 작품으로 이미 여러 차례 칸 무대를 밟았다.

특히 2019년엔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심사위원장이 ‘기생충’에 출연한 송강호를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꼽았으나 황금종려상과 남우주연상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영화제 원칙에 따라 수상이 불발됐다.

송강호는 1991년 극단 연우무대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영화계에 본격 들어선 것은 그의 연기를 인상 깊게 본 이창동 감독이 영화 ‘초록물고기’(1997)에 캐스팅하면서부터다. ‘넘버 3’(1997)의 불사파 두목 조필 역으로 대종상영화제 신인남우상,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쉬리’(1999) ‘공동경비구역 JSA’(2000) ‘살인의 추억’(2003) 등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잡은 작품에 잇따라 출연했다.

2019년 ‘기생충’이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아시아 배우 최초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액설런스 어워드’를 수상했다. 2020년에는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21세기 최고 배우 25인’에 뽑혔다.

송강호는 영화 속에서 깡패, 군인, 형사, 시골 노총각, 신부, 국정원 요원, 변호사, 왕, 택시 운전사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캐릭터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자신만의 색을 입히는 그는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거장들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

‘브로커’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송강호는 깊고 탁월한 배우다. 그 덕분에 영화 촬영을 끝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을 당시 송강호를 ‘위대한 배우’라 칭하며 “그가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지 못할 영화였다”고 공을 돌렸다. 박찬욱 감독도 송강호를 ‘한국 배우 중 가장 감독적인 시각을 가진 배우’라고 극찬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송강호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편안하면서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분석이 들어있다. 캐릭터를 깊이있게 드러내지만, 과장하지 않고 숨 쉬듯이 한다는 게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