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9일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극적으로 합의한 것은 성난 민심에 눌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소급적용 문제를 놓고 극한 대치를 이어오다가 6·1 지방선거 사흘 전에 타협점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선 ‘대선 1호 공약’이자 ‘국정과제 1호’를 해결한 것이다.
여야는 서로 “대승적으로 양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생 외면’ 비판을 피하기 위해, 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발목잡기 프레임’에 빠지지 않기 위한 목적에서 각각 막판에 합의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민주당은 손실보상 소급적용이 없는 추경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급선회했다.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가는 민심 이반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 후 기자회견에서 “하루라도 빨리 어려운 민생을 극복하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비롯한 모든 국민에게 희망을 드려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에서 추경 처리의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대선 직후, 각종 악재 속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이기 때문에 지도부가 명분만 내세우고 버틸 수 없었을 것”이라며 “현장에서는 ‘이러다 정말 다 죽는다’는 아우성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 합의 전,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와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 박남춘 인천시장 후보가 “민주당 지도부가 대승적 차원에서 추경안 처리를 결단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동 입장문을 발표한 것도 민주당 지도부를 압박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손실보상 대상과 지급액을 확대하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국민의힘이 막아서는 모양새라, 추경안 합의가 늦어질 경우 ‘새 정부가 민생을 외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국민의힘을 겨냥할 가능성이 적지 않았다.
한 중진 의원은 “만약 ‘민주당은 더 주자는데 여당이 막아서 보전금이 안 나왔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엄청난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진통 끝에 합의를 이뤄냄에 따라 윤 대통령은 신속하게 추경안을 재가할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오전 8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심의·의결할 계획이다. 이어 윤 대통령이 오전 9시쯤 추경안을 재가해 최대한 빠르게 손실보전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구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추경 처리 관련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욱 문동성 손재호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