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각종 유효 물질 및 영양 성분을 직접 주입해 피부 상태를 개선하는 이른바 ‘스킨 부스터(skin booster) 시술’이 개원가를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안티에이징(antiaging·항노화) 열풍과 맞물려 젊은 여성은 물론 주름 잡티 등 피부 고민이 많은 40·50대 여성들에게도 인기다. 최근엔 외모 가꾸는 남성들이 늘면서 20·30대 남성들의 방문도 느는 추세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부과 시술이 그렇지만 피부 노화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스킨 부스터도 주기적인 시술 혹은 다른 안티에이징 시술들과 병행해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단 한 번의 시술로 눈에 띄는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아울러 정품이 아닌 유사품을 사용하거나 두 가지 이상 스킨 부스터를 임의로 혼합해 사용하면 육아종(염증 반응으로 생기는 딱딱한 피부 종괴)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스킨 부스터는 손상된 피부 세포의 회복과 재생을 촉진하는 성분들을 피부 속에 주입하는 시술이다. 제품에 따라 탁월한 보습 효과를 일으키는 히알루론산과 함께 피부 재생에 도움되는 줄기세포 배양액, 폴리뉴클레오티드(연어의 DNA 속 물질), 성장 인자 등 각종 유효 성분 그리고 아미노산 미네랄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 성분들로 구성된다. 영양 성분들은 피부 속 콜라겐 합성에 관여하는 섬유아세포를 활성화시켜 피부 탄력 유지에 도움을 준다.
스킨 부스터는 히알루론산이 주성분인 1세대부터 최근 주목받는 나노(10억분의 1) 크기 물질 ‘엑소좀’이 추가된 4세대까지 진화하면서 피부과에 도입된 종류만 40여가지에 이른다. 엑소좀은 스킨 부스터에 함유된 유효 성분의 이동을 도와 피부에서 항염증, 상처 재생, 항노화 효과를 보이는 걸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내 최초·최대 무통증 스킨부스터클리닉을 개소한 아이디피부과병원 문성훈 피부과 전문의는 “스킨 부스터 시술은 피부에 직접 유효 물질을 전달해 미백과 주름 개선, 수분 충전 등 부스팅 효과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안티에이징 시술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킨 부스터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 방법과 빠른 효과가 소비자들의 선호 비결로 꼽힌다. 피부에 유효 물질을 주입하는 방식은 주사나 MTS로 불리는 미세 침, 도포(바름)가 있다. MTS의 경우 0.5㎜, 1㎜, 1.5㎜ 등 미세한 바늘이 있는 롤러를 이용해 얼굴에 미세한 구멍을 내 피부에 흡수시킨다. 문 전문의는 “스킨 부스터는 피부에 강한 에너지를 쬐어서 개선 효과를 내는 레이저 시술과 비교해 통증이 덜하고 효과 역시 빠른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킨 부스터 제품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가 아니라 바르는 화장품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주사제로 피부에 주입할 경우 부작용 등 안전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박귀영 교수는 “화장품을 바른 후 MTS가 달린 롤러 등 기구를 이용해 피부 침투력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진피 내에 직접 주입하는 용도는 아니다”며 “화장품을 피부에 주입할 경우 감염과 멍, 부종, 알레르기 반응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멍이나 부기, 홍조증 등은 MTS나 주사 시술의 일반적 부작용으로 통상 1주일 가량이면 회복된다. 경우에 따라선 시술 과정 혹은 후에 환자가 해당 부위를 자꾸 만진다든지 하는 행위에 의해 구진(동그란 작은 발진)이나 농포(고름), 열감 등을 동반한 피부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땐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스킨 부스터 물질이 들어간 피부 부위가 흡수되기 전까지 볼록 튀어나오는 ‘엠보 현상’ 역시 1주일 정도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엠보 현상은 주입된 물질이 피부 내에 뭉쳐 있거나 알레르기·염증 반응으로 육아종을 형성해 나타날 수도 있다. 육아종은 스킨 부스터 정품이 아닌 유사 제품을 사용하거나 두 가지 이상을 임의로 섞어 사용할 경우에 생길 수 있다. 한 번 생긴 육아종은 자꾸 재발하거나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문제될 수 있다. 육아종은 염증 주사나 절개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문성훈 전문의는 “개인에 따라 피부 문제가 다르고 민감도 또한 상이해 피부과 전문의 상담이 최우선이고 12가지 피부 진단이 가능한 마크뷰(mark-vu) 진단기를 통한 세밀한 검진과 정품 스킨 부스터 사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귀영 교수는 “시술 전에 정품을 사용하는지, 주입해도 되는 제품인지를 꼭 확인하고 시술 후 해당 부위가 많이 붓거나 붉음증이 오래 가거나 고름 섞인 농포가 잡히는 등의 증상이 생기면 빨리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아토피피부염이나 지루성 및 접촉성 피부염, 여드름, 주사(일명 딸기코) 등의 피부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 후 시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아울러 평소 두드러기, 혈관 부종, 화장품·약물 부작용 등 알레르기 반응을 겪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