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피부암 가운데 하나인 악성 흑색종(사진)은 서양인과 한국인의 발생 패턴이 다르다. 서양인의 경우 대다수가 얼굴이나 팔다리, 몸통처럼 자외선 노출이 잦은 신체 부위에 발생한다. 반면 한국인은 손과 발, 손·발톱 밑 등 신체 말단 부위에 발생하는 흑색종이 50% 정도를 차지한다. 악성 흑색종 환자 313명 대상 한 연구에 의하면 50~79세가 전체의 75.7%를 차지했으며 발생 부위별로는 발이 67.7%로 월등히 많았고 손·발톱(27.5%) 손(4.8%) 순이었다. 이 중 발바닥은 가장 흔한 발생 부위로 비율이 42%(세브란스병원 통계)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다.
한국인들은 왜 악성 흑색종이 발바닥에 많을까. 연세의대와 카이스트 공동 연구팀이 최근 발바닥 악성 흑색종의 기전을 밝혀내 국제 학술지(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한국인의 발바닥 흑색종 조직 샘플을 분석하고 생쥐 모델 및 세포배양 실험을 통해 발바닥에 가해지는 반복적인 압력과 자극이 흑색종을 촉진하는 위험인자임을 확인했다. 체중 부하에 의한 잦은 기계적 자극이 흑색종의 핵막 파열을 초래하고 유전체의 불안정성과 DNA손상을 가져와 암 악성화와 연관된 면역반응을 유도한다는 얘기다.
강남세브란스병원 피부과 노미령 교수는 30일 “걸어다니는 모든 사람에게 흑색종이 발병하지는 않는다. 압력과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져 해당 부위에 이상 소견(변화가 가능한 점 등)이 있는 경우 악성화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바닥에서 압력과 자극을 특히 많이 받는 부위는 중간 보다는 발 뒤꿈치와 발가락 주변으로 흑색종 발병 위험이 높다. 노 교수는 “인간은 직립보행하기에 발에 가해지는 압력과 자극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해 악성 흑색종의 구체적 예방책을 내 놓는 것은 어렵다”며 “발바닥에 조금이라도 이상한(자꾸 커짐) 까맣거나 갈색 점이 보이거나 느껴진다면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악성 흑색종은 조금만 진단이 늦어져도 전이가 잘 되고 사망 위험이 높다. 2019년 기준 국내 악성 흑색종 환자는 638명 발생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