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 대출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이 보험가입, 세금 납부 등 ‘비금융 정보’를 반영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한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출 심사 시 활용하는 모형이다. 금융정보상 신용도가 낮더라도 상환 능력이 있는 이들의 대출 길이 넓어질 전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공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은 정책서민금융상품 ‘햇살론’에 사용되는 신용평가모형을 새롭게 구축 중이다. 새 신용평가모형의 핵심은 비금융정보를 이용한 신용도 평가다. 보험가입 정보, 세금납부(자동이체) 정보, 소액결제 정보 등을 평가에 반영한다. 상환 의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성실하게 빚을 갚지만 정작 정책금융에서는 소외된 ‘씬파일러(금융이력 부족고객)’을 구제한다는 목적이다.
서금원 관계자는 “정책성 대출일지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상환 능력이므로 지금까지는 연체 이력이 있으면 대출을 내주기 쉽지 않았다”며 “갚을 능력이 있는지를 조금 더 심층적으로 바라보고 사각지대를 줄이자는 취지로 신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신용평가모형에선 서금원 금융교육이나 부채컨설팅을 이수한 대출자에는 가점을 부여하는 등 정성평가도 한다. 새 모형 개발은 올해 신규 부임한 이재연 원장의 ‘1호 지시’로 알려졌다.
기존 신용평가모형은 돈을 빌린 사람의 금융정보를 기준으로 신용 점수를 매겼다. 상환 의지가 강해도 금융정보 상 연체 이력이 있거나 과거 불찰로 금융질서 문란 정보가 등록되는 등 요건에 미달하면 대출이 거절됐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쓰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통신·교통정보를 반영해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방식으로 신용도를 평가한다. 토스뱅크는 아르바이트 근무내역, 자영업자 매출 정보까지 취합해 신용점수를 매긴다.
서금원이 민간 빅테크의 모형을 벤치마킹함에 따라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대출 공급이 더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금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햇살론15 신청자 26만6592명 중 12만4042명(46.5%)이 금융정보 부족 등 이유로 탈락했다. 햇살론 대출실행액도 지난해 기준 1조962억원으로, 인터넷은행업계 중·저신용자 대출실행액(카카오뱅크 1조7166억원·케이뱅크 751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교통, 납세, 통신 등 비금융정보를 활용해 정보격차를 줄이면 대출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