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17년 만의 한화 이글스전 스윕 위기에 몰렸던 두산 베어스가 장단 27안타를 몰아치며 벼랑 끝에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
두산은 26일 한화와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24대 3으로 승리를 거뒀다. 24득점은 두산의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이다.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타선이 1회부터 폭발했다. 선두타자 안권수의 중전안타를 시작으로 타자 일순했고, 이닝 두 번째로 타석에 나선 5번 타자 허경민이 2루타를 치고 주루사하기까지 10안타로 11점을 뽑아냈다. 역대 KBO리그 1회초 최다 안타 최다 득점 타이기록이다.
이후 2회(3점) 3회(1점) 4회(3점) 6회(3점) 9회(3점)에도 타선이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다. 지난 6게임 총합 득점(23점)보다 더 많은 점수를 한 경기에 뽑아냈다. 특히 양석환의 두 경기 연속 홈런을 시작으로 김재환과 호세 페르난데스까지 중심타선이 3홈런을 뽑아낸 것이 고무적이었다.
두산은 ‘화수분’과 ‘잇몸 야구’로 상징되는 팀 컬러에도 헐거워진 선수층을 극복하지 못하며 최근 심상찮은 추락을 겪고 있었다.
전날까지 10경기에서 고작 1승에 그치며 순위는 2위에서 7위로 곤두박질쳤고 5할 승률마저 무너졌다. 하락세의 기점은 18일 선두 SSG 랜더스와 홈 경기였다. 연장 11회 말 조수행의 끝내기 상황, 누상에 있던 주자들의 본헤드 플레이로 좌전 안타가 병살타로 바뀌며 이닝이 끝났고 결국 경기를 내줬다. 이후 뭔가 홀린 듯 경기력과 게임 플랜이 동시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한화 이글스와 주중 3연전 역시 최악의 경기력으로 첫 두 경기를 연속으로 내줬다. 특히 25일 경기는 선발부터 불펜, 수비, 타격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총체적 난국 속에 14대 1로 대패했다. 두산이 10점 차 이상으로 패한 건 지난해 5월 이후 근 1년 만이다. 하지만 한 게임 만에 바로 21점 차 복수혈전을 펼치며 스윕패는 허용하지 않았다. 고대하던 홈런포가 3방이나 터졌고 팀 홈런 18개로 홈런 1위 박병호(16개)의 홈런 개수를 드디어 넘어섰다.
시즌 44경기에서 병살 16개로 압도적 리그 1위를 달리던 페르난데스가 홈런 포함 6안타 7출루로 부활의 조짐을 보인 것도 위안거리다. 패르난데스는 이대로 100경기를 더 치르면 본인이 2020년 세운 KBO 단일 시즌 최다 병살 기록 26개를 넘어 메이저리그(MLB) 기록인 36개(1984년 짐 라이스)도 거뜬히 넘길 페이스를 보이며 골칫거리로 전락했지만, 이날은 모처럼 최다안타왕 출신 ‘타격장인’다운 모습을 보였다.
대승의 기세를 몰아 일단 5월을 잘 버텨내야 한다. 미란다 김인태 박치국의 1군 복귀 등 6월 반등을 기대케 하는 요소는 분명 있다. 4번 김재환과 돌아온 양석환, 부활한 페르난데스가 클린업에서 장타 생산력을 계속 유지하는 게 급선무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