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는다’ 민주당 쇄신논쟁 속 단합 목소리

입력 2022-05-27 00:04
2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박지현 상임선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86(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 용퇴론’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6·1 지방선거 전까지 충돌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일단 후보들부터 살리고 보자”는 외침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86 용퇴’ 논쟁을 점화시킨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26일 “86세대가 다 은퇴해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직전 당이 사분오열하는 것은 다 죽자는 얘기”라며 “모든 논쟁을 중단하고 지금은 선거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도 “일선에서 선거운동하는 분들은 ‘중앙당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아우성치고 있다”면서 “당 차원의 총력전을 펼쳐도 모자랄 판에 뜬금없이 무슨 쇄신안 타령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참패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자 당의 단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이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기대를 하게 하려면 더 겸손하게 머리 숙이고 더 단합하고 더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관영 전북지사 후보와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 김영록 전남지사 후보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분란을 멈추고 단합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 재선 의원은 “호남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당선권이라고 하지만,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난리가 났다”며 “계속 이러면 호남에선 무소속 돌풍이 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재명 민주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는 ‘박지현 논란’과 거리를 뒀다. 이 후보는 계양역 광장에서 취재진이 박 위원장 발언에 관해 묻자 “지금은 열심히 선거운동에 집중할 때”라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이 후보는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내부 문제가 (선거에) 그렇게 심각하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당의 내홍이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하려 애썼다.

당내 비판이 거세지자 박 위원장도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그는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도 86세대 중 존경할 만한 분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일부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의 세대교체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86세대가) 민주주의를 이룬 성과를 존경하지만, 민주당의 변화를 어렵게 만드는 분들도 있지 않으냐”며 “2030세대가 의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86세대가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박 위원장의 거듭된 퇴장 요구에 당내 86그룹 의원들은 여전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운동권 출신인 당 고위 관계자는 “86세대에게 어떤 책임이 있다는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어 “우리는 민주화운동 세대임을 앞세워 정치한 적이 없다. 그렇게 집단으로 움직이지도 않는다”면서 “우리가 무슨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는 것처럼 몰아세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86세대에 속하는 다른 의원도 “우리에게 다짜고짜 정계를 떠나라고 하는데, 이러면 발언의 배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잠잠하던 계파 갈등이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주환 김승연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