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 이상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 거부를 반복한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일명 윤창호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또다시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과거 범행과 재범 사이의 시간적 제한 등을 두지 않고 무조건 가중처벌하는 건 과도한 입법이라는 취지다.
헌재는 26일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음주운전과 음주측정 거부를 번갈아 2회 이상하거나 음주측정을 2회 이상 거부한 사람을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2018년 음주운전 사고로 윤창호씨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11월 2회 이상 음주운전을 가중처벌하는 조항에 대해 이미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효력이 남아있던 음주측정 거부 관련 조항까지 판단 범위를 넓히면서 윤창호법은 효력을 잃게 됐다.
헌재는 음주운전·음주측정 거부를 강하게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범행 사이의 시간적 기준이나 범죄의 경중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판단을 유지했다.
헌재는 “누범 또는 절도·강도 등 범죄를 가중처벌하는 특별법을 적용할 때는 3년이란 시간적 제한을 둔다”며 “윤창호법은 범행 이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 ‘반복적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도 무조건 가중처벌해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한다”고 했다. 이어 “강한 형벌은 범죄를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 있지만, 결국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겨 그 목적에 기여하지 못할 수 있다”며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거나 혈중알코올농도가 일정 수치 이상이 되면 시동이 안 걸리도록 하는 장치를 차량에 부착하게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제안도 결정문에 넣었다.
반면 이선애 문형배 재판관은 “불법성과 비난가능성에 상응할 뿐아니라 시대 상황과 국민적 법 감정을 반영한 형사정책에도 부합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