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쇼크’에 2개월 연속 이례적 인상… 7·8월에도 가능성

입력 2022-05-27 04:02
26일 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9개월간 기준금리가 1.25% 포인트 인상됨에 따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대출 이자 부담이 크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래 사진은 이날 서울 한 전통시장의 상인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에 이어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7년 7~8월 이후 14년9개월 만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있었지만 최근 급등한 물가를 잡는 게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2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안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가계의 이자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여기에 연말까지 2~3차례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는 2.50%로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지난해 8월(0.5%)을 기준으로 하면 9개월 만에 배가 넘는 1.25% 포인트가 인상됐다. 금통위는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정례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은은 물가 상승세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 2월 발표한 전망치(3.1%)보다 1.4% 포인트 높은 4.5%로 제시했다. 4%대 전망치는 2011년 7월(연 4.0% 전망) 이후 10년10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이 ℓ당 2000원대를 다시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고려한 것이다.


한은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중국의 봉쇄 조치 등을 고려해 올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3.0%에서 2.7%로 낮췄다. 이 총재는 “내년 초까지도 3%, 4%의 물가상승률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도 “5∼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기준금리는 한·미 간 역전 우려를 감안해 7·8월 연속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차는 0.75~1.00% 포인트에 불과하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 2.25~2.50% 전망에 대해 “물가 수준이 예상보다 많이 올라갔으므로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수준이 올라가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6·7월 잇달아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미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질 경우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커진다. 다만 이 총재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인한 국내 투자금 유출 우려와 관련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빅스텝 언급에 대해선 “특정 시점에 빅스텝을 밟겠다는 뜻으로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며 원론적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은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한은이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규모(1754조2000억원)와 전 금융권 변동금리 비중(74.2%)을 기준으로 추산한 결과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만큼인 0.25% 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총이자 부담은 3조3000억원 증가한다. 1인당 연 16만원씩 늘어나는 셈이다.


가계대출 총액은 이미 급격히 불어난 상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계의 주택담보·전세자금·신용 등 대출 총액은 지난 3월 1869조1950억원을 돌파했다.

금리 인상의 칼바람을 피해갈 수 있는 고정금리 비중은 20%대에 불과하다. 지난 3월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비중은 76.5%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 2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10명 중 8명(78%)이 변동금리를 선택했다.

주택담보·신용대출 모두 최근 금리가 훌쩍 뛰었다. 2020년 5월 2.69%였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달 4.11%로 1.42% 포인트 올랐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이 기간 1인당 주택담보대출 연 상환액은 약 99만원, 신용대출은 66만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대출 이자비용이 3조원 이상, 기업의 부담은 2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택 김진욱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