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공들인 ‘온플법’ 원점으로… 우선 자율규제 맡긴다

입력 2022-05-27 04:06

문재인정부에서 강력히 추진했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이 유야무야됐다. 현 정부는 온플법 제정보다는 자율규제를 먼저 도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26일 플랫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연내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민간 협의기구가 출범할 계획이다. 협의기구는 분쟁조정을 비롯해 민간 주도의 자율규약·모범계약서 등을 만들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이 주도적으로 논의하되, 제약이 있으면 정부가 보조하는 방식”이라며 “기획재정부가 총괄하는 범부처 정책협의체도 별도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협의기구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어떤 형태의 규제가 필요할지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수위에서 해당 안을 구상한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갑을관계 문제 중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협의기구는 그런 논의를 해나가는 장으로, 규제를 법제화하기 전 ‘중간 단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율규제에 대한 의구심 섞인 시선도 여전하다.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자율규제는 이해관계자 간 힘의 균형이 수평적인 상황에서만 가능하다”며 “자율규제라는 ‘이상’에 기댈 게 아니라, 법과 제도를 통해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힘의 균형을 맞춰주는 게 먼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자율규제는 시장의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대변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참고할만한 해외 선례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율규제 도입은 ‘가보지 않은 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 가까이 공들여 온 온플법은 지지부진한 논의 속에 끝내 결실을 못 보고 흐지부지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초 온플법을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후 방송통신위원회와의 ‘밥그릇 싸움’에 대선까지 겹치며 법안을 심사해야 할 국회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부처 간 조정 능력 부재, 공정위 수뇌부의 정무 능력 부족 등 비판도 제기됐다. 현 신봉삼 사무처장은 ICT 특별감시팀장을 맡아 온플법 제정을 주도했다.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먼저 온플법을 만들자며 소상공인단체를 끌어들여놓고 정부가 바뀌자 현 정부 입맛에 맞게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온플법 운명은 자율규제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 권 교수는 “자율규제가 워킹을 잘하면 굳이 온플법이 필요하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반대로 협의기구가 잘 작동이 안되거나 법적 규제를 도입해야 할 이유가 생기면 다시 (온플법의) 필요성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정무위원회 관계자도 “자율규제를 하더라도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별도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다만 국회 계류 중인 (온플법) 정부안 폐기 여부 등 기조는 정하진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논의는 하반기 원구성 이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