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한국을 ‘최첨단 고부가 생산 및 연구·개발(R&D) 핵심기지’로 삼고 대대적인 투자에 들어간다. 국내 투자액 106조원의 절반에 가까운 48조원을 R&D에 붓는다. 과녁은 미래 성장동력 개발과 미래 시장 선점이다.
LG가 26일 발표한 중장기 투자계획의 활시위는 R&D에 맞춰져 있다. 주요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고하게 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려면 대대적인 R&D가 필수라는 경영진 의지가 담겼다고 한다. LG가 R&D를 강조한 이유는 LG전자의 올해 1분기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LG전자의 올해 1분기 기타 영업이익은 8689억원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8000억원 늘었다. 증가분 가운데 상당액이 R&D에 따른 특허수익으로 추정된다.
LG는 국내 투자 중 43조원을 ‘미래 성장’에 집행하기로 했다. 21조원을 배터리, 배터리 소재, 전장, 차세대 디스플레이, 인공지능(AI), 바이오,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 R&D에 투입한다. 10년 앞을 내다본다는 생각으로 선제투자를 해 시장을 미리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세부적으로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에 5년간 1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고체 전지, 리튬황 전지 등의 차세대 전지 개발에 주력하고 배터리 리사이클 같은 자원선순환 시스템 구축, 배터리 데이터를 활용한 진단 및 수명 예측 등의 BaaS(Battery as a Service) 플랫폼 사업 등을 추진한다. LG화학은 현재 배터리 소재 사업 확장을 위해 경북 구미시에 양극재 공장을 짓고 있다. 기술력과 시장성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 합작회사 설립(조인트벤처) 등을 검토 중이다.
또한 LG는 AI와 데이타 분야에 3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2020년 그룹 차원의 AI 연구허브로 설립한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및 AI 관련 연구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바이오 분야 혁신신약 개발에도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LG화학은 세포 치료제 등의 혁신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신재생 에너지 산업소재 등의 친환경 클린테크 분야에도 1조8000억원을 들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오는 30일부터 한 달간 계열사 경영진과 ‘전략보고회’를 갖고 중장기 계획을 점검한다. 투자가 계획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강하게 독려할 예정이다. LG 관계자는 “LG그룹의 최첨단 고부가 제품 생산기지 및 연구·개발 핵심기지로서 한국의 위상은 지속돼야 한다는데 그룹 내 공감대를 형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