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엄마와 아빠가 편견 없이 아이의 부모로 인정받을 순 없을까. MBN 예능 ‘어른들은 모르는 고딩엄빠’는 10대에 임신·출산을 겪은 부모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고딩엄빠’는 지난 3월 6일 첫 방영 후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톱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남성현 PD를 지난 23일 서울 중구 MBN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고딩엄빠’에 대해 “손이 많이 가는 프로그램”이라며 운을 뗐다. 섭외도 쉽지 않고 출연자들이 어려서 변수가 많았다. 촬영을 다 마쳤는데 부모의 반대로 방영하지 못한 적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유튜브나 SNS에 10대 엄마들이 올리는 일상 게시물을 보고 기획했다. 그는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라 생명이 찾아왔을 때 용기를 내 아이를 지켜낸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에서 10대의 임신·출산을 다루는 건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이 민감한 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이 많았다. 방영 초반에는 ‘청소년 임신을 미화하냐’는 비판도 나왔다. 남 PD는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연출자로서 그가 바란 건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존중이었다. 편견 대신에 이들이 생명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랐다.
‘고딩엄빠’를 연출하는 동안 부모의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생각지 못한 임신에 대부분의 출연자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누군가는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려나갔고 누군가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런 차이를 만든 건 부모의 태도였다. 그는 “부모가 10대 자녀의 임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아이들이 나아가는 방향이 달랐다”며 “부모의 지지와 응원을 받을수록 양육을 잘 해냈다”고 전했다.
남 PD는 청소년 부모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 자리를 찾길 바랐다. 육아 때문에 진로를 포기해선 안 되고 그러려면 10대가 스스로 학습을 이어나가야 했다. 남 PD는 “고등학생 부모가 학습권을 보장받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라며 “미혼모 미혼부로서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습을 이어가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는 “부모의 지원을 받는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면서 스스로 공부를 이어가고 진로를 찾아갔다”고 했다.
‘고딩엄빠’는 최근 출연자의 가정폭력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산후우울증을 앓던 10대 엄마가 남자친구를 흉기로 위협했다. 제작진은 두 사람이 만나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해 방송으로 내보냈다. ‘일부러 자극적인 방송을 한다’는 질타도 있었지만 남 PD는 “제작진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더 무책임하다”며 “두 사람이 헤어지더라도 아이를 위해선 부모로서 파트너십이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7일부턴 ‘고딩엄빠’ 시즌2가 방영된다. 새 시즌에선 ‘고딩엄빠’의 일상보다 그들의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남 PD는 “청소년 임신 문제도 결국 가족의 이야기가 핵심이었다”며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사례의 비중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