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주식 대량 보유자의 공시 의무 위반 행위를 미리 감지하기 위해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뜯어고친다. 최대 주주 등이 일반 투자자 몰래 주식을 팔고 공시는 한참 뒤에 하는 ‘먹튀’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은 최근 ‘DART 검토시스템 재구축 사업’의 입찰공고를 냈다고 26일 밝혔다. 공고의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사업의 핵심은 ‘지분공시 심사지원 기능’ 강화다. 금감원은 “최근 증가하는 대량 보유(변경) 보고 위반 사례 등에 대해 지분공시 정보를 활용해 시스템적으로 조기 감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상장사 A사의 최대 주주인 B는 C에게 주식을 양도하는 장외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보고기한인 5 영업일 안에 보고하지 않고 28일이 지나 보고했다. 일반 투자자는 그사이 A사의 지배권 변동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금감원은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되면 이런 보고 의무 위반 혐의를 신속히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담당자가 기업 공시를 일일이 확인하며 의무 준수 여부를 확인했다. 앞으로는 시장 이상징후 등을 감지하는 분석·조회 기능을 DART에 추가해 이를 자동으로 검증한다. ‘지분공시 위반혐의 평가지표(EDVI)’를 정밀하게 보완해 위법 행위를 ‘핀셋 단속’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상장심사도 대폭 강화될 예정이다. 현재 금감원은 공시심사 목적으로 제출받은 증빙서류에 대한 진위여부 확인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 이 과정을 타 기관 공공데이터를 받아 기업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등 자동화한다는 계획이다. 국세청에서 심사 요청기업의 사업자 등록정보를 추출하고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주식·사채 발행 내역을 받아올 예정이다. 금감원은 DART 개편 작업을 올해 안에 마치고 이르면 내년 초부터 새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다.
금감원의 이런 조치는 새 정부의 ‘금융시장 선진화’ 국정과제와 맥이 닿아 있다. 정부는 기업 내부자가 주식을 매도할 때 처분계획을 사전에 공시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