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았다. 부유한 할아버지 덕분에 풍족한 학창생활을 보냈지만, 고등학교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집안은 잦은 다툼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고 그 불똥은 내게도 튀었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던 작은고모는 나까지 미워하여 수능을 100일 앞두고, 집에서 당장 나가 아빠한테 가라고 소리쳤다. 너무 분하고 황당하여 대충 짐을 챙겨 놀이터에서 울며 밤을 새우고, 친구 집을 전전하다가 수능시험을 보았다.
수능을 마치고 찾아 간 아버지는 IMF로 회사가 없어지고 집도 팔고 가정불화까지 겹쳐 두 번째 이혼을 한 상태였고, 아버지와 초등학생 남동생과 셋이서 어느 허름한 옥탑 방에서 구차한 생활을 시작했다. 얼마 후 설날에 주인 할아버지가 나와 동생을 내려오라고 했다. ‘명절이라 뭐 좀 주려나?’ 기대하며 갔더니 아들로 보이는 분이 왜 월세를 제때 안 내냐며 그러려면 집을 나가라고 했다. 어린 동생 앞에서 치욕적인 일을 당한 분노로 바로 휴학을 하고 낮엔 건설현장, 저녁엔 과외를 하여 약속된 날짜에 월세를 주고 밀린 공과금도 냈다. 이런 사건들을 겪는 동안 마음에 복수의 칼을 품었다. 오직 ‘돈’만이 답이라는 생각에 일류대학 전자공학 전공까지 버리고 고액연봉을 받을 수 있는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뛰어들었다.
이를 악물고 노력하여 엄청난 성과를 내며 고등학교 때 만났던 친구를 다시 만나 결혼을 했다. 20대 후반에 팀장이 되고 30대 초반엔 연봉이 1억을 넘겼고 손보협회가 인정하는 우수인증대리점이란 타이틀도 얻었다. 그러던 중 가장 어이없고 억울한, 세 번째 나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지점 내에서 실적이 가장 좋은 세 명이 뜻을 모아 새 회사를 차리려고 은밀히 계획하던 것을 눈치 챈 회사가 나가라는 압박을 가하며 책상에 전화기까지 없애버린 것이다. 나는 곧바로 짐을 싸서 나왔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아무 힘도 쓸 수 없었다. 게다가 도와주겠다던 사람들도 모두 등을 돌리며 그동안의 공든 탑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그때부터 조그만 일에도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아내가 어느 날, 이모가 다니는 한마음교회에 가자고 권유했다. 아내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지만, 집 앞에도 넘치는 교회를 두고 멀리 있는 교회를 간다는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새 회사를 만들기 위해 신촌의 호프집에 모여 회의를 하는데 뜬금없이 ‘세상의 것으로 나를 가득 채우고 있으면 절대로 하나님을 만날 수 없다. 내려놔야 한다.’고 했던 아내의 말이 온 마음에 울리며 갑자기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여럿 앞에서 너무 당황하여 밖으로 나왔지만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그 일을 겪은 후 곧장 아내를 따라 교회에 갔다.
예배 후, 어느 형제님이 ‘하나님이 살아 계신 것을 믿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하나님이 있는 것 같은데 확신이 없고, 그렇다고 교회에 와서 없다고 얘기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형제는 그 증거가 바로 예수님의 부활이며 역사적 사실이라고 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3일 만에 부활했다.’는 것은 미션스쿨 다닐 때 들었고, 성경이 역사인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 부활이 믿음의 증거라는 말은 너무 의아했다. 그런데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복잡하던 생각이 한 순간에 사라지며 예수님의 부활을 제자들이 목숨 걸고 전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직접 목격했다는 기록을 통해 예수님이 전능자 하나님임이 선명해졌다. 그러나 마음속의 원망은 식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 마음대로 살아온 것이 죄이고, 2000년 전에 그 죄를 위해 예수님이 죽으셨다는 것은 도무지 인정할 수 없었다. ‘강도도 구원해 주셨는데 규칙을 지키며 열심히 살았는데 왜요?’하며 버티던 어느 날, 무심코 지나쳤던 이사야서 14장의 ‘하늘에 올라 하나님의 뭇 별 위에 나의 보좌를 높이리라, 지극히 높은 자와 비기리라’는 말씀이 이 가슴에 팍 꽂혔다. 바로 내 모습이 정확하게 성경에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성경의 예언대로 이 땅에 오셔서 성경대로 십자가에 피 흘려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 내 모든 죄를 다 해결해 주셨는데 ‘제가 지금 이렇게 망가졌는데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그런 거 필요 없어요.’하며 대들던 마귀와 같은 내 죄가 드디어 정확히 비춰졌다. 내가 주인되려 한 그 무서운 죄, 나는 바로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맞아 들였다. 한 순간도 변함없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셨던 하나님의 사랑이 부어지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마음에 가득했던 악한 생각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고 괴롭히던 불면증도 말끔히 치유되었다. 아내가 학원을 차리면서 진 빚을 갚을 날이 다가와도 코를 골며 단잠을 잤고, 원망과 복수의 대상인 사람들도 하나님이 애타게 기다리는 영혼이란 생각에 기도가 나왔다. 평생 부처를 섬기던 아버지는 복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열매를 거두시리라는 확신으로 간절히 기도한다. 내 힘으로 버티며 분노의 삶에서 진짜 주인을 만나 진정한 자유를 찾았다. 영업도 돈보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세상에서 나를 또 쫓아낸다고 해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예수님이 함께하시니 날마다 천국이다.
박상균 성도